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 안내문의 품격

공공의 장소에 가면 다양한 안내문을 보게되고 안내문의 홍수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이용한 깨끗한 화장실에서 ‘성인이용금지’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소변기가 작은 것으로 보아 ‘유아용’이다. 안내문에 성인이용금지가 아니라 ‘유아용’이라고 쓰면 될 것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신발이 울고 있어요”라는 안내문은 조금 강렬한 표현으로 많이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글을 떠올리게 한다. 수년전 설 명절에 농수산물도매시장 입장티켓을 뽑으려 하는데 ‘사용금지’ 안내문이 보였다. 오늘 쉬는 날인가 하면서 입장했다. 나중에 확인된 바는 설 연휴기간에 일부 가게만 문을 열기에 주차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차량 입장티켓을 뽑지 않고 들어가도 된다는 표현을 고작 ‘사용금지’라 한 것이다. 좀 길어도 이렇게 안내했으면 했다. “우리 시장을 애용해주시는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휴기간 중에 주차장은 고객님께 무료입니다.”

 

공원길을 산책하다가 이상한 문구의 안내문을 발견했다. “공원내 애완견 목줄 미착용 금지”. 한참만에 플래카드 글의 내용을 이해했다. 공원에 애완견을 데려오실 때에는 반드시 목줄을 매어 주시라는 안내문이다. ‘미착용을 금지’한단다. 행정기관은 늘 금지만 하는 곳인가.

 

이미 말한 바 있는데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말에 “안돼요?”가 있다. 식당에서 “김치 더주시면 안돼요”, 연예인이 방송 중에 “성대모사 한번 해주시면 안돼요”, 아이들은 “엄마 나 손 씻으면 안돼?”, 모두가 쉽게 긍정적으로 할 수 있는데 부정으로 표현한다. 돈 들여 인쇄하는 플래카드 앞머리에 시청 도청 홍보문구하나 더 넣으면 좋겠다.

 

행정기관 출입문에서도 닫힌 문을 강조한다. ‘열리는 문’이라는 표현이 눈에 더 크게 들어오면 좋겠다. 어려운 아파트 이름으로 인해 시어머니가 시누이와 손자·손녀를 대동하자 다시 쉬운 아파트로 개명했단다. 안내문은 쉬워야 하고 보는 이의 입장에서 편안해야 하며 안내문조차도 기관을 자랑하는 문구를 넣을 틈새가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