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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참, 걱정 많은 세상이다.

 

예수 믿는 공동체인 성공회에서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다 보니, 헛갈리고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남들은 성직자라고 하면 별 걱정없이 기도만 하는 사람인 줄 알지 모르지만, 실은 오지랖 때문에 세상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산다. 성직자인지라 ‘천국소망’을 으뜸 목표로 살아왔는데 요사이는 아무래도 천국 못갈 것 같아, 이래저래 걱정이 더 늘어 간다. 큰일이다.

 

천국 못갈 것 같은 첫 번째 이유는 요사이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일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다. 하느님이 주신 말씀에 따라 원수를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는커녕, 미워하고 멀리하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한다. 참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천국 못갈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3년 째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에 있는 ‘이웃종교간대화위원회’와 관련이 깊다. 그동안 나름 종교 간에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기 위한 노력의 첨병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엔 아직 신통치 않은 듯하다. 따지고 보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우리는 다 자기가 최고이고 잘난 맛에 떠들며 어지간하면 소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불통의 지병’을 갖고 있다. 세계 역사를 돌이켜봐도 종교 때문에 일어난 셀 수 없이 많은 분쟁이 있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종교간 갈등 때문에 고통받는, 아프고 곤하고 힘겨운 삶 또한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이웃한 종교끼리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그 통함을 기본으로 상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종교적 분쟁이 많은 나라는 아니다. 간혹 기독교가 절에 가서 억지를 부리고, 타 종교에 폐를 끼치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건사고에 비하면 해프닝 수준이다.

 

그 동안 십여 회의 위원회 모임을 거치면서 아직까지 눈에 띄는 진전과 화합을 만들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내공이 쌓여 시쳇말로 ‘도사’가 된 듯 한 느낌이 든다.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이 함께 모여 다른 종교에 찾아가 그 곳의 수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새겨듣고 보고 느끼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해를 넘어 신비를 느끼고, 이웃 종교 간에 나누어지는 경이로운 지혜와 가르침의 말씀 속에서 때로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자, 이 어려운 시국에 종교가 좀 나서 보자. 문 걸어 잠그고 유튜브 예배하는 것도 좋고, 어찌어찌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것도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뭔가 헛된데 힘을 써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종교 본연의 기능을 생각해야한다. 어떤 종교에도 사랑과 평안은 빠지지 않는다. 종교는 더 많이 나누고, 사랑하고, 평화를 만드는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쓸데없는 허세 부리며 화려한 말 잔치로 때우려 하지 말고 행동으로 삶을 보이자.

 

서로에게 겨눈 날카로운 적대감의 칼끝을 내리고, 이웃한 종교와의 소통과 교제가 ‘천국소망’을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조금 느긋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참 걱정이 많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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