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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 대한민국 최고로 만들겠다

섬에 미친 사람들-인천섬유산연구소
자연 역사 문화 발굴, 연구, 보존 통해 인천 브랜드 가치 높일 것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 세계공원 인증 추진도

 

 인천앞바다는 ‘별밤’이다.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마치 밤하늘을 영롱하게 수놓는 별들과 같다. 가까운 강화도와 영종도, 물치도에서부터 저 멀리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앞바다에는 모두 168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병풍을 둘러친 듯 정감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손짓한다. 이 가운데 41곳에 사람들이 살고, 나머지는 새와 나무 등 자연피조물들의 낙원이다. 섬은 저마다의 내력과 특색이 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오랜 기간 품어온 역사와 겉모습, 속살, 그곳에 터를 잡은 주민들의 삶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20~30년 전에 비해 많이 변하긴 했지만, 곳곳에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섬의 자연풍광과 다양한 문화유산은 그 자체가 훌륭한 역사관광자원이다.

 

그 섬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 (사)인천섬유산연구소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연구소는 코로나19의 먹구름이 막 드리우기 시작할 무렵이었던 지난 2월17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인천 중구청 앞에 아담한 사무실을 꾸린 뒤 4월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연구소에는 전·현직 교사를 중심으로 몇몇 시민활동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지질과 지리, 역사, 고고학분야 전문가로 탄탄한 내공을 갖췄다. 연구소의 모태는 2014년 인천의 현직 교직원 10명으로 발족한 ‘인천섬유산연구회’다.

 

섬이라는 특성 상 쉽지 않는 여건에서 그간 숱하게 함께 다녔던 답사와 탐사, 그리고 이어지는 연구와 그 성과를 공유하면서 다져진 이들의 ‘팀워크’는 무척 끈끈하다.

 

연구소의 활동은 ‘발굴-연구-홍보-보존’이 중심이다. “인천 섬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발굴, 연구하고 효율적인 보존과 홍보를 통해 인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설립 취지입니다.” 

 

지난해 8월 인천삼산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뒤 설립을 주도하고 현재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기룡(62·지질학 박사) 이사장의 말이다. 이를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 전문지식과 열정과 협업정신을 모아 인천 섬을 ‘찾아가고 싶고, 보전하고 싶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것.

 

코로나19가 우리 생활 전반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도 연구소는 출범 이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지리교사연구회의 장봉도 지질답사와 인천지구과학교과연구회의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 지질답사를 함께했다.

 

또 인천시의회 안에 구성된 ‘인천 섬의 생태와 지질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의원들과 장봉도 답사를 다녀왔다. 단체활동에 따르는 방역수칙들을 철저히 지켰음은 물론이다.

 

연구소는 현재 옹진문화원으로부터 의뢰받은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 지오갯팃길을 따라 함께 떠나는 백령·대청·소청도 여행’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의 연구성과물에 추가하기 위해 몇 차례 답사를 다녀왔고, 이제는 마무리 단계다. 곧 지질여행 안내 소책자를 펴낼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연구소가 세운 중·장기계획의 시발이기도 하다. 매년 인천의 섬 하나를 선정해 그 곳이 간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담아 낸 ‘섬 유산 가이드북’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연평도, 우도와 함께 일명 ‘서해5도’로 불리는 백령·대청도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그 만큼 지질학적으로 소중하고 보존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국가지질공원은 제주도와 청송, 강원 평화지역(DMZ), 부산, 울릉도·독도, 무등산권, 한탄강, 강원고생대, 전북 서해안, 경북 동해안 등이 있다.

 

김기룡 이사장과 연구소 회원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이다. 바쁜 와중에도 틈만 나면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세미나와 회의, 답사에 참여하는가 하면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생생한 현장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그 발품은 고스란히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의 효율적인 관리 및 운영 지원으로 이어진다.

 

김기룡 이사장은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받는 것이 목표이고, 그 과정에 우리 연구소가 디딤돌을 놓는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일반 시민과 학생, 기업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인천 섬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교육과 체험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계획은 이미 출범과 함께 마련해 놨다. 부르는 곳이 인천이든 다른 지역이든, 시간이 낮이든 저녁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갈 생각이다.

 

김기룡 이사장은 “다른 무엇보다도 섬에 대한 우리 회원들의 열정 하나 만큼은 최고라 자부합니다. 초심과 같은 변치 않는 자세로 활동에 매진할 것이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며 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쳐야(狂) 미친다(及). 즉 미치지 않고서는 이루지 못 한다는 의미다.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평생 한 우물을 판 끝에 입신의 경지에 오른 조선시대 숨겨진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유명 책자의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섬에 미친’ 김기룡 이사장과 연구소 회원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앞으로 이들이 걸어갈 고된 여정에 힘찬 격려의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 글 = 이인수 기자, 사진 = 인천섬유산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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