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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깊은 추석 인사, 나만의 공연을 영상으로

경기아트센터 '2020 추석-아트레터로 사랑을 전해요' 촬영 현장
참가자 반응... "이렇게 스케일이 클 줄 몰랐어요"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상 푸짐하게 차려 놓고 덕담을 나누는 날이 추석이다. 세월이 변해 가족들이 모이는 풍경이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추석하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전과 다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 자제하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멀리 계신 부모님 한 번 찾아뵙기를 독려하던 예전의 추석 풍경이 아름다운 건 분명하나, 올해만큼은 피해야 할 풍경이 돼 버렸다.

 

“올 추석, 찾아뵙지 않는 게 ‘효’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경기도 아트센터가 마련한 가족 영상편지 제작 이벤트 ‘2020 추석-아트레터로 사랑을 전해요 프로젝트’가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아트레터 프로젝트는 고향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아트센터가 개별 영상 편지 제작을 지원해 가족 간 소통을 돕는다는 의도로 마련됐다.


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21일 오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을 찾았다.

 

무대 위에는 아트센터가 섭외한 전문 영상 제작 팀 인원이 여러 대의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고, 

극장 뒤쪽으로는 아트센터 기술 팀 인원이 음향과 조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기자가 처음 마주한 무대 위 연기자는 꼬마 바이올리니스트 백수현(7) 양이었다.

 

20일 촬영에 이어 이날 촬영하는 첫 번째 팀이었다. 푸른색 드레스로 곱게 단장한 백 양은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서주와 알레그로’를 연주 중이었다.

 

무대를 담는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비치는 백 양의 모습이 꽤나 진지했다. 뒤에서 피아노 연주로 바이올린 선율에 빛을 더하는 사람은 백 양의 어머니 박은정 씨였다.

 

모녀의 연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극장을 꽉 채웠다. 촬영 팀과 진행 팀 인원은 모녀의 모습을 더 훌륭하게 담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백 양이 무대에서 보여 준 연주는 사실 이번 추석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여드린다고 약속한 곡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갈 수 없게 돼 영상으로 대신하게 된 것이다.

 

연주 후에 전달할 안부 인사를 손편지로 준비해 온 백 양의 아이다운 순수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카메라 앞에 앉은 백 양은 미리 써 온 편지 내용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곧 추석인데 뵙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인데도 만나지 못하네요”라며 학교에 세 번 밖에 가지 못했다는 것과 친구들과는 마스크를 쓰고 놀이터에서 잠깐 놀았던 기억 밖에 없다는 내용을 전달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백 양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백 양의 어머니 박은정 씨는 “아이가 참여하기 원하고, 뜻깊을 것 같아 신청하긴 했는데, 이렇게 제대로 하는 줄은 몰랐다”며 “더 연습을 해 올 걸 그랬다”고 연주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참가자는 신 반(35) 씨였다.

 

신 씨는 트럼펫을 꼭 닮은 악기 ‘플루겔혼’으로 ‘Love gets old’를 연주했다. 역시 피아노 연주와 함께였다. 플루겔혼을 통해 쏟아지는 선율이 마음에 안정을 불러왔다.

 

조용하고 잔잔한 곡이었다. 무대 뒤 소품으로 놓인 빨간색 우체통이 유독 눈에 들어왔던 건 그의 연주가 한 장의 편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프리랜서 연주자로 꾸준히 음악을 해 온 사람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본인의 연주에 대해 영상 편지용 연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생각보다 스케일이 커서 놀랐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명절에 부모님을 뵈러 갈 수 없지만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전달하면 가족 모두에게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날 연주한 곡에 대해 “사랑이 익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라며, “가족과 친지들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위한 선물로 잘 어울릴 것 같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도 그가 음악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동안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며 부모님의 반응을 자못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손에 쥔 플루겔혼을 내려다보고는 “아마 ‘색소폰 잘 불더라’라고 하실 거다”라며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오전에 만난 두 팀의 연주가 너무나 훌륭해 이번 프로젝트 참가 자격이 예술분야 특기자에 한정됐던 건지 착각할 정도였다.

 

기자의 궁금증에 프로젝트를 기획한 경기아트센터 최재원 문화나눔팀장은 “그렇지 않다. 일반인 대상 참가자 모집이었다. 어제 촬영한 팀 중엔 노래방 기기를 가져다 놓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른 팀도 있었다”라고 시원하게 답했다. 

 

 

한편 20, 21일 14팀을 대상으로 진행한 촬영의 내용은 전문가의 편집을 거쳐 10분 내외 영상으로 제작, 각 참가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