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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기행] 베빈다 2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어떤 질문은 독한 술처럼 잠시 휘청이게 한다. 예를 들면 ‘다시’라는 부사를 넣은 질문이 그렇다. 다시 어머니가 살아오신다면,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런 기습 질문 앞에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쩜 그리 비슷할까.

 

대개 잠시 말을 잃는다. 눈빛이 아득해진다. 그리고 한숨, 혹은 헛한 웃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 생에 불가능한 판타지를 펼친다. 그 끝이 눈물인 경우도 많다. 종종 월드뮤직 강의 마지막 곡으로 들려주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노래가 있다. 포르투칼 파두 가수 베빈다(Bevinda)의 ‘Ter Outra Vez 20Anos(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월드뮤직을 좀 안다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베빈다를 소개하는 이유는 파두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다. 파두하면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alia Rodrigues 1920~1999)를 떠올리고 그녀의 히트곡 ‘검은 돛배’나 ‘어두운 숙명’처럼 검은 숄을 걸치고 어둡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파디스타를 떠올린다. 그런 이들을 위해 베빈다를 호출한다.

 

1961년 포르투칼에서 태어났으나 세 살이 되던 해 프랑스로 건너간 베빈다는 샹송으로 가수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 흐르는 파두의 피는 라틴음악과 재즈로 이끌더니 결국 포르투칼로 끌고 가 파두가수로 재탄생시킨다. 베빈다의 파두는 월드뮤직의 용광로 프랑스에서 만난 세상의 여러 음악, 악기의 영향으로 전통 파두와 다른 면모를 보인다.

 

33세에 발매, 세계적으로 히트한 첫 앨범 ‘파툼(Fatum)’ 의 수록곡들은 파두 전통 기타인 기타하 포르투게사에 첼로, 콘트라베이스, 신시사이저 등을 가미한 쿨한 목소리의 파두를 들려준다. 젊은 세대도 팝송처럼 즐길 수 있는 목소리다. 그 앨범에서 뽑아 들려준 곡 중 하나가 ‘Ter Outra Vez 20Anos(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이었다.

 

‘내가 만약 스무 살이라면/ 그때 그대를 사랑했듯/ 다시 사랑하리/ 그대와 나눈 언약/ 그 입맞춤 저버리지 않으리/ 장미를 깨물며 그대 기다렸듯…아 얼마나 슬픈가/ 그대는 나의 꿈, 내 안의 것만으로 행복하다 했는데/ 외면하고 돌아섰던 내가 너무 부끄러워/ 세월이 흘러 당신 머리에 눈이 내리고/ 우리 삶은 허물어져 버리고’

 

가사를 들려주면 서서히 청중들의 시선이 공간을 떠버린다. 베빈다도, 파두도, 포르투칼도 밀려난다. ‘다시’갈 수 없는 스무 살, 돌아간다 생각만으로 설레는 스무 살, 회한만 사무치는 스무 살. 눈빛들은 내게 그렇게 읽혔으나 오역인지 알고 싶었다.

 

이백 자 원고지에 몽당연필 침 묻혀가며 쓰는 흑백필름 속 착한 학생처럼 중년의 남녀들이 달뜬 모습으로 스무 살로 돌아간다.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불같은 사랑을 해보겠다.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가보겠다. 죽어라 공부를 해보겠다.

나는 묻는다. 지금 그 길을 가면 안 되는지. 되는 것부터 해본다면. 안되는 이유들이 백 가지 천 가지 쏟아진다. 다시 묻는다. 스무 살 때 놓친 이유도 그와 같지 않으셨는지. 우리가 그리워하는 스무 살의 다른 이름은 ‘무모함’ 아닐는지.

 

100세 시대, 무모함의 유효기간도 연장되지 않았을까.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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