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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품을 '제품'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

재개발 지역에 주목한 사진 작가 튜나리(이동원)
사진에 건축 폐기물과 유리돔 등 더해 독특한 작품 세계 완성
오는 11월 28일까지, 일산 '플랫폼 몰탈'서 개인전

예술품을 창작하는, 작가가 가장 아름답고 존경스러워 보이는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내면의 끊임 없는 고민의 흔적들을 발견할 때가 아닐까.

 

작가들의 작품을 '제품'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예술 작품을 대할 때면 '이 작가는 어떤 공간과 시간에 주목하고,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을까'를 궁금해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은 깨달은 다음부터이지 싶다. 무엇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굳이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던 듯하다.

 

작품 감상이라는 게 그저 관람자가 보고 느끼는대로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와의 소통이 더해지면 그 감동과 환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까닭이다. 작품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말이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창작을 위한 심적 고통이 없이 만들어진 작품은 그냥 제품이라고 감히 말한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 소개할 사진 작가 튜나리(이동원)는 바로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람이다.

 

사진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보통 앵글안에 담긴 이야기가 얼마나 획기적인가 내지는 감동적인가, 혹은 순간포착을 잘 했는가 등등을 떠올리게 된다. 평가 점수 또한 거의 대부분 그 기준에 의해 매겨진다.

 

작가 튜나리는 일단 그러한 고정관념부터 과감히 깼다. 평면 사진을 상상한다면 오산이기 때문이다.

 

그가 심도 깊게 들여다본 세상은 '재개발 지역'이다. 역사적인 장소는 아니지만 우리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인 현상, 지금의 역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보존과 축적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

 

사라지는 동네의 실물은 파괴되었지만, 개인 또는 우리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겨지고 쌓여가는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오브제 역시 기본적으로는 사진이 사용되지만 여기에 건축 폐기물과 유리돔 등을 보태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이렇게 보관된 사진과 재개발 현장에서 가져온 부스러기의 어우러짐은 과거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콘크리트 덩어리, 플라스틱 파이프, 철근, 자갈, 모래, 벽돌, 유리 등이 한데 엉켜 수십 년간 제 모습을 유지하던 커다란 형상이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은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해야 그것이 있었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역사적 풍경 앞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고민했죠. 그래서 이것들을 기억의 타임라인 위에 올려놓기로 한 겁니다."
 
그렇게 그는 재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모습을 본뜨고, 땅에 있는 흙을 퍼담아 분류하고, 부서진 잔해들을 채집하고. 이어 분리된 그것들이 다시 엉겨 붙도록 서로를 잇는 작업을 진행했다. 

 

 

튜나리의 작품들은 현재 고양시 일산 동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몰탈'에서 개인전 'M.P.A(Memory, Preservation, Accumulation)'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총 12점으로 꾸민 이번 전시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전시를 준비 중으로, 오는 10월 중순께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튜나리는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를 졸업, 총 4회의 개인전과 9회의 기획 단체전을 가졌다.

 

작가의 작가적 고뇌와 작품 세계를 보고 듣고, 알게 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새롭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오늘이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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