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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보리차와 옥수수향

 

 

아침형 인간으로 익숙해진 요즘에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행복이 있다. 어제 보낸 원고가 신문사 인터넷에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했을까 기대에 찬 마음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도 현대인에게만 허락된 새벽 삶의 방식이다. 동시에 가스 불에 올린 맑은 물이 소르르 끓어오를 즈음에 볶은 보리 주머니와 통 옥수수 알갱이를 텀벙 넣은 후 사르르르 끓어올라 재료의 색상이 물에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동시에 그 향을 느껴본다. 새벽에나 가능한 색과 향의 만남이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으니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이라 하는데 술을 마실 때 청각이 알지 못해 술잔을 맞대어 짱하고 알려주기로 했단다. 5각 중에 후각이 가장 예민하지만 제일 먼저 마취가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인가 볶은 보리와 옥수수의 향은 주전자에 넣었을 때 잠시 동안만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다. 

 

건배사에 주향천리, 인향만리라 크게 말한다. 이 술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은 10배 더 먼 만리를 간다는 말이다. 술에 마음을 담아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내자는 다짐이다. 볶아낸 옥수수와 보리 알갱이의 부드러운 향도 주향처럼, 인향처럼 멀리 퍼진다. 곡물의 향을 느끼면서 사람의 향기는 어찌 느껴지고 널리 퍼질까 생각해 본다. 물이 흘러가는 길은 도랑이고 인격이 전해지는 길은 度量(도량)이다. 사물을 너그럽게 용납하여 처리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깊은 생각이 도량이라고 사전풀이에 나온다. 海不讓水(해불양수)란 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더하는 2020년에는 정치, 사회에서 서민의 편에서서 우리를 포용하는 인사를 만나보기 어렵다. 서로의 탓만 하는 정치는 서민을 더욱 더 힘들게 한다. 탄산, 식초, 사이다가 아니라 서민들에게 구수한 입맛을 살려주고 몸을 이롭게 하는 보리차, 옥수수차, 거기에 메밀향을 더한 통칭 보리차 같은, 국민들에게 크게 이로운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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