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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코로나19 이전을 그리며

 

 

성큼 겨울이 다시 다가왔다. 가까이는 산책길의 가로수부터 멀리로는 하늘에 닿을 듯 한 천마산 등성이 까지 여러 색깔로 물들어 계절을 알린다.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할 만큼 바람도 서늘하다. 이런 바람이 아직 남아 불던 지난겨울의 끄트머리에 ‘코로나‘라는 두려운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했었다.

 

처음엔 온갖 질병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그러려니 했다. 다른 전염병처럼 한바탕 거친 바람이 불면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마스크 잘 끼고 손 잘 씻고 빨리 병원에 가다보면 금세 끝날 거라 믿었지만 웬걸, 아니다. 어느새 10개월이 지나고 또 다시 3차 대 유행이 시작되려나보다.

 

코로나가 지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과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인가? 고민하면서 마스크를 끼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하고 싶은 일들을 참으면서 많은 시간을 지내왔다. 이러는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미국의 대통령이 확진자가 되고, 알만한 스포츠 스타들도 예외가 없다. 일터는 물론 학교와 병원, 극장 등 생활의 모든 곳이 다 변했다. 마스크 없이는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커피한잔을 마시려고 해도 내가 다녀갔다는 행적을 꼭 남겨야 한다. 사람들을 모아 무언가를 하려 해도 조심스럽고, 일단 코로나의 ‘코’ 자만 나와도 마음부터 얼어붙는다.

 

코로나는 순식간에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고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살아가는 방식들이 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나름의 모양으로 바뀌어버려 이제는 10개월 전의 삶의 모습들이 그립기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마냥 그리워하고 기다리기 보다는 앞으로 잘 살아갈 생각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많은 의사와 학자들이 예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새로운 삶의 지표를 만들어내고 밤낮으로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두려움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엊그제는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건물 밖 문 앞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멈춘 채 황급히 연이은 전화통화를 한참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최근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으므로 빨리 병원으로 출두해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이곳저곳의 일터에 연락을 마친 그와 밖에서 멀찌감치 선 채로 만나자마자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서로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디 약속한 사람만 이럴까? 모든 사람이 낯선 이는 물론 낯익은 이까지도 “혹시 너도?” 하며 의심의 대상으로 삼아, 작은 눈을 더 찢어가며 가자미눈으로 살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오늘도 대문 밖을 나서면서 마스크를 챙기지 못해 다시 집으로 달려 들어가고 얼굴에 뾰루지가 돋도록 쓰고 다녀야 하는 마스크 바람에 시달린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째려보고, 기침 소리라도 들려오면 움츠려들며 놀란다. 코로나 이전엔 그래도 정겹게 사람들과 몰려다니며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노래방도 갔는데 언강생심 꿈이다. 택도 없다. 그러려면 목숨을 걸고, 아니 최소한 평온한 일상이라도 걸고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아직 모른다. 단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 나가며 한발 한발 걸어보는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것들이 정답이 되기를 꿈꾸는 것 뿐.

 

그럼에도 두 손 모은다.

‘사람들 끼리 재미있게 살던 코로나 이전의 세상을 주세요.

다시는 코로나가 올 수 없도록 잘 지키고 견디며 살아갈게요.’

 

다시 유쾌하게 밥도 먹고, 거리낌 없이 노래방도 가고, 끌어안고 부대끼며 서로 좋아라 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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