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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피해 신고 어려워”…여성폭력 중 가정폭력 여전히 높아

11월 25일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코로나19로 재택근무 가족·부부 같이 있는 시간 증가
“신고 어려운 환경…가정폭력 실제 감소했다고 보기 어려워”
“젠더폭력 감소 위해서는 ‘평등적인 시각’ 필요”

 

#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A씨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폭력을 견뎠으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찰에 몇 번 신고 했는데 빨간줄 생긴다고 해서 아이 아빠니까 용서해줬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한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요.”

 

# 지난 5월, 알콜 중독으로 가족들에게 폭언하고 위험한 물건으로 위협한 B씨는 가정폭력으로 입건, 응급입원 조치를 받았다.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A씨 가족들은 경제 지원 및 심리치료 연계 등 보호·지원을 받고 있다.

 

11월 25일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젠더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폭력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긴급전화 경기1366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긴급 구조·보호 등을 요청한 상담현황 4만631건 중 가정폭력이 2만85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폭력 1790건, 성매매 453건, 데이트폭력 1000건, 스토킹 62건을 기록했으며, 새로 추가된 디지털 성범죄 상담은 193건에 달했다.

 

2018년에는 총 3만7759건 중 가정폭력 2만4331건, 성폭력 2561건, 데이트폭력 1047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처럼 여성폭력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정폭력 피해가 눈에 띄는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집안에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피해를 입어도 신고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한 구조·보호·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여성긴급전화 1366,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여성의 전화 등에서는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가정폭력 및 가정불화 상담 문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0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및 가정폭력 등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도내에서는 3만7260건의 가정폭력이 신고됐으며, 7446건이 검거됐다. 2018년 같은 기간동안 신고(3만7646건), 검거(8052건) 건수와는 소폭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고가 줄었다고 해서 실제로 가정폭력 수치가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여성긴급전화 1366경기센터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는 신고율이 줄었지만 코로나19로 가족이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경우가 늘어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부위를 때리거나 언어폭력을 하는 등 가정폭력이 교묘하게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담과정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거나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느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여성연구정책팀장은 “실제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 코로나19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부부간의 다툼과 갈등이 많아졌다는 결과가 있었다”면서 “가정폭력 신고율만 보고 실제로 감소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원 팀장은 가정폭력을 비롯한 젠더폭력 감소를 위해서 ‘평등적인 시각’을 가지고,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은 지난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파트리아, 미네브라, 마리아 테레사)가 독재정권에 항의하다 살해당한 일을 계기로 1981년 지정됐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후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기념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1991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친 여성 협회들이 협력해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을 선포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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