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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김장하는 날

어느새 김장철이다. 올해는 비가 두 달 동안이나 왔기에 배추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친정에서 배추 농사를 많이 지어서 우리 김장도 같이하였다. 올해는 배추도 조금 심고 흉년이라서 따로 김장하였다. 쪽파와 마늘 무는 친정에서 가져왔다. 젓갈은 멸치액젓과 봄에 소래 포구에서, 직접 사다 담은 새우젓이 맛있게 발효되었다. 생새우와 홍갓, 청각에 싱싱한 생굴과 꼴뚜기와 한치는,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배추쌈을 먹기 위해 사놓았다.

 

예전 같으면 배추를 절이는 일이 큰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절임 배추를 예약하여 사서 하니까 참으로 편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싣고 오면, 아파트까지 운반하고 다듬고 절이는 일도 힘들었다. 배추를 절이면서 벌써 허리가 아팠다. 이제는 김장도 많이 하지 않으니 정말 편해졌다. 김장하는 날짜에 절임 배추를 예약해놓으면 그날 맞춰서 배추가 온다. 배추를 씻을 필요도 없다. 그저 물만 빼놓으면 된다.

 

해마다 무채 써는 일은 남편의 몫이다. 무를 채 썰어놓고 남편은 모임에 나가고 큰딸이 일을 도우러 왔다. 무 생채에 양념을 섞어 버무리다 보면 어느새 김칫소가 빨갛게 물들어간다. 쪽파와 홍갓 썰고 청각도 송송 썰어 넣는다. 마늘과 생강 갈아 넣고, 새우젓과 멸치액젓 생새우와 담아놓은 매실액으로 감칠맛을 낸다. 간수를 뺀 3년 된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양념을 버무려 얼추 간을 맞추어 놓는다. 그러고 나서 물 빠진 노란 배춧잎에 간이 맞나 무채 양념을 얹어 먹어본다. 딸이 먹어보고 맛있단다. 이제는 앉아서 배춧속에 양념을 넣기 시작한다. 차곡차곡 김치통이 채워지고 바로 김치 냉장고에 저장한다. 그러면 일 년 동안 시지 않고 숙성된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친정에서 나를 주려고 무 농사를 많이 지었다고 한다. 가져온 무는 미리 동치미와 짠지를 담갔다. 작은 무는 무청째 쩍쩍 쪼개어 황석어젓과 새우젓 멸치액젓에 버무려 놓은 것이 맛있게 익었다. 고춧가루도 많이 넣지 않는다. 시원하고 아삭아삭 무 씹는 맛이 그만이다. 배추 넣고 남은 양념에 갓김치와 파김치도 버무려서 담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수육과 겉절이다. 바로 먹을 겉절이는 풍미를 위해 참기름 통깨를 넣어 버무린다. 무채 양념은 넉넉하게 만들어 냉동실에 두고 여름내 김치 할 때 섞어 쓰면 좋다. 왜냐하면 무채 양념에 각종 젓갈과 생새우 등 칼슘 함량이 높아 유산균도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딸이 먹을 김장도 싸놓고 저녁 무렵 하루에 일이 다 끝났다.

 

저녁에는 퇴근하는 사위와 함께 모임에서 돌아온 남편과 수육을 삶아 보쌈을 먹었다. 입 짧은 사위가 연신 맛있다며 잘 먹는다. 외손자도 엄지척하며 맛있게 잘 먹는다. 외손자가 좋아하는 들기름에 김도 재어 구워 놓으니 잘도 먹는다. 내일 아침 남편에게 동료들과 먹을 수육과 겉절이 배추쌈을 싸 보낼 것이다. 김장하는 날, 도란도란 저녁 식탁에 피어나는 웃음소리에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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