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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저무는 2020년! 고맙고 잘했고 미안하다

 

2020년이 저물어간다. ‘저물다’라는 말의 뜻인 ‘다 지나서 끝나는 상태가 되다’라는 말 뜻 그대로, 우리를 아프고 곤하고 힘들게 했던 ‘코로나’를 비롯한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들도 저물었으면 좋겠다.

 

연초에는 그랬다. ‘한 해 동안 잘해야겠다!’고 힘주어 다짐했다. 연중 계획표를 펼쳐놓고 목표를 정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일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는 해에 되돌아보니 많이 못 미치고 덜한 것투성이라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못 미치고 덜한 건 대체 무슨 까닭이었을까?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대고 탓하면 당장은 속이 편할지 모르지만, 진짜 이런 일 때문에 한 해가 더디고 버벅대고, 문제였다면 백퍼센트 동의할 수 있을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첫째는 앞만 보고 달려갔기 때문이다. 뒤도 돌아보고 좌우사방도 살피고 잠시 쉬기도 하고 생각도 하면서, ‘나는 왜 이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우리는 왜 그럴까?’ 이렇게 듬성듬성이라도 되짚어봤다면 이렇게 후회가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그리 앞서지도 못했다.

 

둘째는 아닌 척 하면서 제 것을 많이 챙겼기 때문이다. 구석구석 뭐가 있는지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넘쳐나는데도 더 갖고자 한다. 남들 일이려니 하면서도 알음알음 내 것을 챙겼는데도 계속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다하며 산다. 그래서 다시 깨닫는다. 챙기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진짜 행복이다.

 

세째는 옳고 그름, 즉 선악의 구분을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동풍, 우이독경,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알게 모르게 이런 것들에 잠식되어 어느 순간부터 웬만한 일에는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저지르고 발 벗고 나서는 일이 한박자 늦고 더디다. 그저 인사치레정도의 표현만 했을 뿐이다. 옳은 일은 앞 뒤 재지 말고 챙겨야 한다.

 

끝으로 네 번째다. 더 많이 있겠지만 이 이상은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살았다. 감사함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가 어떻게 이 땅 이곳에서 이렇게라도 살고 있는지를,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도움이고 배려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자기가 잘나서 혼자 힘으로 다 이루고 사는 줄로만 알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지 않다. 나의, 당신의, 우리의 오늘은 모두 내 옆에, 당신 옆에, 우리 옆에 있는 이들 덕분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항상 감사하며, 그렇게 말하고 표현하고 받은 만큼 되돌리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년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많은 핑계거리가 있겠지만, 그에 앞서 ‘나, 당신, 우리’에서 이유를 찾자. 그리하면 우리는 또 다른 2021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 동안 수고하셨다. 잘 견디고 잘해주었다.

고맙고 잘했고 미안하다.

 

그분의 축복이 넘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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