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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시민청원 2년…신도시 지역 주민에 기울어진 운동장?

‘시민시장님께 답변드립니다’

 

지난 24일 인천시가 서른 번 째 온라인 시민청원 영상 답변을 올렸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부터 경기도 남양주 마석까지 연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착공 문제와 관련해 송도주민들이 옥련동에 있는 송도역을 경유하는 노선 변경에 결사 반대한다는 청원에 대한 답변이었다.

 

청원인은 “서울과의 교통망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되다 GTX 확정으로 단점을 보강한 상황에서 돌발변수와 불확실성의 출현은 매우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며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임을 선언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GTX-B 사업이 확정된 뒤 역사 추가나 노선 변경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다수 발생하자 당초 발표한 사업 계획에서 변경될 것을 우려해 시가 사업 계획 변경은 없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시는 “노선을 변경하면 경제성 저하로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청원 내용처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시민청원 게시판이 개설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지난 2018년 8월 문을 연 청와대 국민청원을 모티브 삼아 약 4개월 뒤인 12월3일부터 본격적인 청원 창구 운영에 들어갔다.

 

한 달 동안 3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시장 등이 영상을 통해 답변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필요시 담당 부서가 자율적으로 답변을 올리기도 한다. 시는 주요 정책이나 지역 현안 등에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통 창구라며 정책 반영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듣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신도시 개발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 개설 이후 처음으로 답변 요건이 성립된 청원은 청라 주민들이 올린 ‘인천경제청장 사퇴 요구’였다. 시티타워 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이 미비하다는 점 등을 들어 청라국제도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두 번째 청원도 청라 소각장을 폐쇄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3000명 이상 동의를 받은 청원을 보면 ▲송도9공구 화물주차장 조성 반대 ▲인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주안송도선) 변경안 ▲루원시티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반대 ▲송도 151층 인천타워 복원 요청 ▲공항철도-서울9호선 직결사업 조속 완료 ▲송도 내 수상·해양 스포츠센터 건립과 워터프런트 인근부지의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으로 대부분 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현안이 주를 이뤘다.

 

신도시 지역과 무관한 청원은 지난 7월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과 관련한 청원과 최근 올라오 계양산 개농장 보호소 지정 관련 청원 정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시민 청원은 청원인이 소득이 높을수록, 정치 효능감과 관심도가 높을수록, 인터넷 사용률이 높을수록 활발하다. 이를 지역으로 보면 낙후된 원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사회참여 활동이 활발하고 결집된 신도시 지역이 우위에 있는 것이다. 

 

결국 특정 집단(지역)의 여론은 과다대표되고 다른 집단은 과소대표될 수 밖에 없다. 시민청원이 님비(NIMBY) 등 지역이기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달에는 송도, 검단, 영종, 서창, 루원씨티 신도심 주민연합회장들이 힘을 합쳐 '인천시총연합회'를 발족하는 등 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도 이 같은 여론 불균형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마땅히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제도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결집력이 높은 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청원이 활발히 올라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여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지역 청원은 올리지 말라고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청원도 담당 부서가 답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시민 청원)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희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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