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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 기증유물 이야기(8)] 생활밀착형 유물, 우리 가구

가구에 깃든 선조들의 삶... 당시 문화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경기지역 목가구, 높고 수납공간 많아 실용적인 특징
'주칠자개문갑', 전통공예기술 집약된 미술품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상당수의 유물들이 기증 절차를 통해 들어온 것들이다. 개인이나 단체 등에게 있어 그 가치가 얼마나 소중할 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에 본보는 기증된 유물들의 가치와 기증자들의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특별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도박물관 전시실의 기증 유물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그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번에 소개할 경기도박물관의 기증 유물은 지난 세기 우리네 삶의 공간에서 꼭 필요한 기물이었던 목가구다. 현대인의 삶에서도 ‘가구(家具)’는 필수적인 존재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대량화, 공정화돼 있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것을 집에 들일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목가구는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수공예 작품의 하나였다. 그 시대의 목가구는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준, 정이 깃든 물건이었다.

 

우리의 목가구는 한반도의 기후 특성에 따라 수축 팽창이 최대한 적은 판재를 사용했고, 평좌생활(平座生活)을 하는 생활양식에 따라 낮고 앉은키에 맞게 제작됐다. 또한 온돌을 사용하는 특성상 방바닥의 따뜻한 열기가 위로 순환될 수 있도록 가구의 하단에 풍혈(風穴)을 달았다. 이외에도 방의 좁은 폭을 고려해 장(欌)은 벽면에 배치해 활용했고, 상(床)은 중앙에서 사용했다.

 

 

특히 산과 산맥을 분기점으로 하는 이 땅의 지형 조건은 각 지방 간의 교통을 불편하게 하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됐다.

 

경기지역의 목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이가 높고, 내부에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등 조형성과 실용성을 갖춘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인 목가구로는 경기장, 경기약장, 강화반닫이, 개성반닫이, 남한산성반닫이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에 따라 얇은 옷에서 두꺼운 옷까지 철마다 많은 양의 의복이 필요했음은 물론 유교의 영향으로 관혼상제에 따른 다양한 예복도 준비해둘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런 의복들을 보관하고 손쉽게 꺼내기 위해 장과 농이 발달했으며, 깊숙하고 편리한 이층농과 삼층장이 널리 사용됐다.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백동삼층장은 상단에 네 개의 여닫이문이 있고, 그 복판에 거울이 설치돼 있다. 이층 여닫이문 복판이 팔각으로 구성된 것과 백동장석들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제작된 전형적인 양식으로 보인다.

 

이 삼층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하단 족통의 중심에 '경사동 의장 원조 여호 특제 상 문봉호(京寺洞 衣欌 元祖 與号 特製 商 文鳳鎬)'라 새겨져 있는 음각의 문구로, 현재의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가구점에서 제작, 판매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기증자 최상덕 님의 모친께서 장만한 혼수품으로, 당시에는 최상의 가구로 여기던 혼수품목 중 하나였다. 

 

문갑은 각종 문방용품과 문서 등을 보관하던 용도의 가구다. 전통 좌식(坐式) 생활방식에 맞는 높이로 옛 책상과 비슷한 높이로 제작됐다. 벽면에 길게 놓고 사용하던 것으로, 그 위에는 자연스럽게 연적(硯滴)이나 필통, 수석 등을 놓아 진열대 역할도 했다. 안정감 있게 실내를 장식하는 문방생활의 주요한 가구였던 것이다.

 

 

경기도박물관에 기증된 주칠자개문갑은 전통공예기술이 집약된 미술품이다. 해당 유물은 덧문이 달린 쌍문갑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붉은 바탕에 앞면과 측면, 윗면에 꽉 찬 자개장식은 한 눈에도 이것이 조선의 귀한 자개문갑임을 알 수 있다.

 

주칠자개문갑은 붉은 바탕 위에 학(鶴), 소나무, 영지(靈芝), 사슴, 대나무와 같은 십장생, 봉황과 호랑이, 물고기와 복숭아나무 아래의 학 등 다양한 형태로 장식돼 있다.

 

줄(줄칼)로 오려 넓은 면으로 만들어 붙이는 줄음질과 실처럼 얇게 자른 쌍사를 잘라서 문양을 내는 끊음질이 적절하게 활용되면서 장식 면을 채웠다. 해학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흥미롭다.

 

금속장식으로는 앞면 문짝에 은혈자물쇠를 달아 깔끔한 잠금장치를 해두었고, 안쪽 서랍에는 박쥐형 들쇠를 달았다. 기증자 장현길 님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아무 물건도 넣지 않고 삼베 헝겊을 얹어 자개를 보호할 만큼 아껴온 물건"이라고 한다.

 

 

반닫이는 앞면의 반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든 가구로 의복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천판 위에는 침구류나 소품 등을 올려놓기도 했다.

 

경기지역의 반닫이는 전면이 다른 지방의 것에 비해 정방형에 근접된 형태로 높은 편이며, 내부에 많은 양의 기물을 넣을 수 있고, 또 상부에 이불이나 다른 기물을 올려놓아도 보기 좋은 적당한 높이를 갖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개성반닫이는 호리병 모양의 경첩이 7개나 나란히 붙어 있는 것으로 기증자의 추억이 담겨 있는 유물이다. 기증자 박애자 님의 부모님은 개성에 거주했고 어머니의 혼수품으로 가지고 온 것을 이어받아 간직한 것이다.

 

“어렸을 때 어머님이 반닫이의 장식을 설명해주셨어요. 그래서 반닫이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고 그립죠. 언젠가 통일이 되어 후손들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박애자 님의 기증 유물에 얽힌 소회이다.

 


흔히 유물은 역사적 배경이 있어야만 할 것 같고, 역사서나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들과 관련이 있어야만 할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유물의 의미는 '선대의 인류가 후대에 남긴 물건'이며, 여기서 말하는 ‘선대의 인류’는 꼭 유명한 인물이거나 위인일 필요는 없다.

 

경기지역에는 현재에도 많은 도민이 살고 있듯 과거에도 수많은 백성이 살았다.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살았던 생활과 풍속이 담긴 가구와 같은 민속유물 또한 그 당시 문화를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다.

 

사대부와 왕실의 문화도 좋지만 때로는 옛사람들이 사용한 흔적이 깃든 가구를 보며 그들의 삶과 추억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호에서 소개한 ‘백동삼층장’과 ‘주칠자개문갑’은 현재 경기도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조선실 및 기증실에 가면 만나볼 수 있다. (글=신지섭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

 

[ 정리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