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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강준만은 진리인가?

 

 

 

강준만 교수가 경향신문에도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칼럼의 타이틀은 ‘화이부동’으로 화합하되 무리를 짓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이다. 사실 이런저런 연유로 ‘파’를 형성해 무리를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무리를 짓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반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강준만은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자들이 못마땅하다. 자신이 보기에 극단이라고 판단하는 추상적 집단을 혐오하면서 그 자신은 다른 극단이 된 현실은 알고 있을까? 1월 6일자 경향신문 칼럼 《‘어용 언론’을 요구하는 문파들에게》 얘기다. 강준만은 문파들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어용 언론이 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절독’을 위협하거나 ‘기레기’라고 욕하는 게 무슨 유행병처럼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두 신문은 무조건 문 정권의 편을 드는 ‘어용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실인가? 팩트체크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래서 전에는 ‘조선일보 공화국’을 욕했을까? 조선일보 공화국은 해체되었나? 어떤 신문을 구독하든지 절독하든지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절독하겠다는 표현은 기사에 대한 최대의 불만 표시일 것이다. 그게 위협인가? 내가 볼 때 두 신문은 위협을 느끼기보다는 ‘어용 언론’으로 비칠까 경계하는 마음으로 비판기사를 제조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언론학자는 신문에 기고를 할 때 그 신문의 기사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경향신문의 검찰관련 보도는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켰다고 생각하나? K 방역 보도는? 기레기라는 표현은 세월호 사건 때 등장한 것이다. 잘못된 표현인가?

 

강준만은 지난 해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한 키노트스피치에서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가, 이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 언론인이 결정된다. 수용자들은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고 있다.” 라고 했다. 시민들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엘리트적인 시각이 드러난다.

 

강준만은 두 신문의 주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꼼꼼히 읽는다고 한다. 이 칼럼의 댓글들도 읽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읽어보니 문파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문 정권의 편을 드는 ‘어용 언론’이 되어”달라는 게 아니라 사실보도와 공정보도였다. “나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똑같을 것이다.

 

강준만은 본인의 생각이 늘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강준만은 정의로웠다. 『김대중 죽이기』와 『조선일보를 아십니까』, 그리고 『노무현과 국민사기극』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그 이후 어느 시점부터 강준만은 자신의 말을 진리로 믿고 훈계하느라 바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생각은 늘 옳고 진리이니 따라야 한다는,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는 오만이다.

 

사회문제에 관한 사회과학자들의 진단은 각자의 관점에서 의견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 석학이라는 유명 인사들의 권위를 빌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충서(忠恕)와 화이부동이다. 자신은 동이불화하면서 애먼 사람들에게 화이부동을 훈계하는 건 아닌지 좀 쉬어가며 성찰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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