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복 차림의 학생으로 설정된 캐릭터가 성행위를 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법원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아청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5부(김은성 부장판사)는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기소된 파일공유 사이트 대표 임모(47)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임씨는 2010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사이트 내 ‘성인 애니’ 카테고리에 아청물이 업로드됐는데도 이를 삭제하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사건 만화 동영상에 나오는 표현물에 부여한 특징을 볼 때 설정한 나이가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고, 모두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쟁점은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아청물로 볼 수 있냐’였다. 문제의 애니메이션은 학생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이 교복을 입고 교실과 양호실, 체육관 등에서 선생님 또는 동급생과 성행위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은 “교복과 유사한 형태의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성행위를 하는 영상이 포함됐지만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한 배경 정보가 전혀 없고 외모나 신체 발육 상태로 볼 때 성인 캐릭터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정 신체 부위가 다소 성숙하게 묘사돼 있다고 해도 창작자가 복장·배경·상황 설정 등으로 해당 표현물들에 설정한 나이는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수원지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했다. 다만, 임씨가 온라인 자료의 특징을 분석해 기술적으로 아청물을 찾아내는 조치를 하는 등 사이트 운영자로서 책무를 했다고 보고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 했다.
이 선고는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