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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완전 '분리' 시도하자 '뭉친' 검찰

-박철완 안동지청장 "전국검사회의 열어 의견 모아야"
-구승모·차호동 검사 "주요 국가들, 수사·기소 기능 통합 추세"
-대검, 중수청 법안 관련 검사 의견 취합 시도…윤석열, 공개 입장 내나?
-추미애·김용민 등 여권 인사, 언론·검찰의 왜곡·반발에도 ‘검찰개혁’ 거듭 강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가 추진되자 검찰이 뭉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특히, 대검찰청은 최근 전국 검사들을 대상으로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개 입장 발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상황에도 여권 인사들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며 중수청 설치를 주도하고 있다.

 

◇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 “수사청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큰 공백 초래…전국검사회의서 의견 모아야”

 

지난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 내부망에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담긴 글들이 물밀듯 게재되고 있다.

 

그 중 박철완(사법연수원 27기)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여당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검찰이 기소권만 행사해야 한다’는 피상적 논리를 앞세워 새로운 수사 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이어 “범죄 대응 능력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수사 전문 인력들이 새로운 수사 기구에 가야하고, 검사의 신분과 영장 청구권 등이 보장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여건은 수년 내에는 충족될 수 없을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청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검찰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총장을 정점으로 효율성을 추구해 온 것이 현 집권 여당의 눈에는 단순히 인권 탄압으로 보였는지, 아니면 위협이 되는 존재로 비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 지청장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평검사회의가 아니라 전국검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차호동 대구지검 검사 “주요 국가들은 수사와 기소 기능 통합하려고 노력” 주장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구승모(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은 각국의 중대범죄 수사 현황을 소개하며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중대 사건은 연방검사가 수사 개시 결정 권한을 갖고 처음부터 연방 수사관들과 긴밀히 협의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또 “주 검찰청·지방 검찰청도 중대 사건을 수사할 자체 수사 인력을 확보한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륙법계인 독일은 검사가 수사 주재자로서 모든 사건의 수사 개시권과 지휘권, 종결권을 갖고 있고, 일본도 부패범죄·기업범죄·탈세금융범죄 등에 대해 특별수사부 3곳, 특별형사부 10곳에서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담당관은 “수사는 수사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범죄사실의 증거를 적법하게 취득해 재판을 통해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 게 목표”라며 “그렇기에 주요 국가들은 중대범죄에서는 최대한 유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기능을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호동(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도 동조했다.

 

차 검사는 “최근 해외 각국에서 검사가 수사와 분리돼 공소만 제기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 대검, 중수청 법안 관련 검사 의견 취합 시도…윤석열, 공개 입장 내나?

 

이 가운데 대검찰청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대한 전국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검찰청은 전국 검사들 의견을 취합한 후, 법무부를 통해 국회 법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에 최종 의견이 전달되기 전 평검사 회의나 검사장급 회의가 소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 직을 걸고 공개 입장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사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법안의 최종 내용을 본 뒤에 윤 총장이 최종 입장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 추미애·김용민 등 여권 인사, 언론·검찰의 왜곡·반발에도 ‘검찰개혁’ 거듭 강조

 

이 같은 검찰의 반발에도 여권 인사들의 검찰개혁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부정하는 일부 언론보도를 지적하며 검찰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SNS에 ‘일본 검찰도 직접 수사하는데 수사. 기소 분리는 틀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검사실을 가 본 사람은 안다. 우리나라 검찰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심증만 가지고 피의자가 시인할 때까지 신문한다”고 현 검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집요하게 같은 질문을 장시간 반복하면 대체로 죄 없는 사람마저도 자기확신이 무너지고 급기야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고 만다”며 “이는 헌법에 위배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에는 아직 수사기관은 그래도 된다는 인식, 즉 일재의 잔재가 남아있다”며 “검사가 수사를 하더라도 분산과 견제 없이는 인권침해적인 수사폐단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또 일본 검찰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검찰의 현주소를 적시했다.

 

그는 “일제는 패전 후 미군정 때부터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며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검·경 간 권한을 분산하고, 미국식 분권시스템과 당사자주의 형사절차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이 연간 5~6000건인데, 우리나라는 연간 약 5만 건이 넘는다”며 “일본 인구 약 1억2000만 명, 우리나라 인구 약 5000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검찰의 직접수사가 지나치다”고 직설했다.

 

또 “일본 검찰의 직접수사는 예외적인 반면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웬만한 사건은 검찰이 수사한다는 점이 다르다”며 “일부 언론이 ‘수사·기소 분리’가 부당한 주장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수사의 본질은 인권침해이므로 검사든 경찰이든 분산과 견제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직접수사 건수를 대폭 줄였다고 개혁완수가 된 것이 아니다. 견제 없는 수사시스템과 수사관행을 고쳐야 진정한 개혁의 완성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몰락한 이유와 한국 검찰의 흑역사 등을 거론하며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기획수사로 인권을 유린해온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 틀어막기’라고 호도하며 수사적폐를 회피하고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건드리지 말라며 버티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며 “촛불주권자는 중도적 개혁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한 개혁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끝맺었다.

 

 

김용민 의원(더민주·남양주병)도 언론과 검찰의 움직임을 예상하며 흔들림 없는 검찰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김 의원은 25일 SNS에서 “조만간 언론과 친검 인사들은 여당 내부에 분열이 있는 것처럼 몰고갈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개혁특위는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직을 걸고 반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에 대해선 “저희가 만드는 검찰개혁안이 제대로 가고 있나 보다. 윤석열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했나 보다”라며 “그냥 후배 검사들 앞에서 폼 잡는 것 아닐까. 윤석열에게 그런 배짱과 용기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