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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방공호”…주민들의 피난史 담긴 연천군 신망리 마을박물관

1월 15일 개관,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 담겨있어
진나래 작가·비무장사람들 주관해 꾸며진 마을박물관

 

“누구나 집집마다 방공호가 있었어요.”

 

‘new hope town’ 간판이 걸린 연천군 신망리 마을박물관은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지난달 25일 찾은 신망리 마을박물관은 지금은 운행을 멈춘 신망리역 인근 마을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진나래 작가와 DMZ 문화권역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소모임 ‘비무장사람들’이 주관해 올 1월 문을 열었다.

 

먼저 지역을 소개하자면 연천 수복지구에 위치한 신망리는 1954년 미군의 원조로 100호의 집을 지어 조성된 피난민 정착촌이다.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땅에 귀농한 주민들은 제비뽑기를 통해 가구당 약 100평의 땅을 지정받고 미군이 제공한 물자와 설계도를 기반으로 군인들과 함께 손수 집을 지었다고 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신망리 구호주택 복원모형’은 그 당시 동네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이경희 작가는 필름에 프린트로 작업한 ‘노아미데어-신망리’를 통해 평화로운 마을 신망리에 남아있는 전쟁과 군(軍), 생존의 흔적을 가시화했다.

 

경기북부의 많은 지역이 미군부대에 기대 경제활동을 이뤘듯이 신망리도 마찬가지였고, 수많은 미군부대가 빠져나간 뒤 마을은 이전과 비교해 활기를 잃었고 미군이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단다. 이 작가는 미군의 부재를 작품에 표현했다.

 

 

특히 자우녕 작가의 ‘두려움의 지도’에는 마을 주민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작품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땅 속에 여러개의 굴이 존재한다.

 

한 주민은 작품 설명을 통해 “집 옆에 있는 밭에 굴처럼 팠다. 몇 집이 함께 사용하려고 같이 팠는데 입구는 하나고 들어가면 몇 개의 통로가 더 있어서 각자 자기네 방에 숨었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주민은 “방공호 밑에 방공호를 또 팠다. 작은 방만한 크기로 땅을 파고 지붕에 나눠 기둥을 얹고 그 위에 볏집을 덮어 논이나 밭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자우녕 작가가 접경지역인 신망리 선주민과 이주한 주민을 중심으로 기억듣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누구나 집집마다 방공호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전쟁 기간동안 행해진 어둡고 창의적이면서도 사적인 건축술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들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준 미디어 작가는 “여기 계신 주민들과 인터뷰하다보면 마음 속에 지하 벙커를 가지고 계신 게 인상적이다. 늘 마음속에 피난이라는 게 있으신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박물관 한켠에 걸린 주민이 기증한 연천군 토지부등본이나 신망리 구호주택 복원설계도 역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진나래 작가와 비무장사람들은 “농업 외에도 철도와 군수경제에 힘입어 연천 내에서 다방이 처음 생겼을 정도로 한때 번화했음에도 오늘날까지 조성 당시의 도시계획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정겨운 마을”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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