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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의 인천얘기 12 - 인천 인구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우리의 삶이 있게 한 근원을 더듬고,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시원(始原)은 이 지점이다.

 

역사가들은 이를 일러 ‘신석기 혁명’이라고 부른다. 정권과 제도가 바뀌고, 보통 무력이 동원되고, 숱한 사람들이 추방되거나 죽어나가고, 대규모 군중시위가 벌어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의 그런 혁명(革命)이 아니고 산업혁명과 같은 개념이라 하면 이해가 쉬울듯 싶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신석기 혁명에 이어 등장한 것이 도시다. 예리코, 텔하무카르, 텔브라크, 카탈후유크 등 발굴 유적에 따라 서기전 7500년경까지 그 시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시리아, 이라크, 터키 일대다.

 

음식 조리용 벽돌로 쌓은 화덕, 물자의 운송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인장, 문의 잠금장치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돼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공동생활을 했음을 전해주고 있다. 도시들의 잇단 출현은 고대문명 탄생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연대가 제각각인 많은 도시유적들이 있지만 최초의 본격적인 도시는 서기전 3400년경 메소포타미아 남부(현 이라크 남부)에서 출현한 수메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인류 최초의, 최고(最古)의 문명인 수메르에는 상당히 큰 도시들이 여럿 존재했다. 이처럼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시기에 도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신석기 혁명 이후 안정적인 주거와 식(食)문화를 영위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인구, 그리고 그 인구의 이동과 문화의 전파였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현상이며,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도시화는 인류 문명발전의 가장 일반적인 과정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조선시대 지방관은 ‘근민지관(近民之官)’이라 불렸다. 통신이나 교통이 무척 불편했던 시절, 임금을 대신해 백성을 다스리는 ‘분신’이기도 했다. 때문에 선발에 신중을 기했고, 왕은 현지에 부임하기 전 꼭 신임 수령을 접견하고(辭朝) 선정을 당부했다. 암행어사를 보내 민심을 살피는가 하면 1년에 두 차례 관찰사(지금의 시·도지사)로 하여금 수령들에 대한 인사평가를 하는 등 관리감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방관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수령 칠사(守令七事)’다. 농본국가였던 특성 상 ‘농상을 성하게 했는지(農桑盛)’가 으뜸이었고 호구, 즉 인구를 늘렸는지(戶口增) 여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이밖에 학교를 일으키고(學校興), 군정을 잘하고(軍政修), 부역을 고르게 하며(賦役均), 송사를 잘 처리하고(詞訟簡), 아전들의 부정과 횡포를 없앴는 지(奸猾息) 등도 포함됐다.

 

지난해 6월 295만 명 아래로 내려간 인천의 인구가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인천 인구는 294만2452명이다. 한 번 떨어진 문턱을 8개월째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도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줄었다. 인천은 한때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에 힘입어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2016년 10월 300만 명을 돌파, 인구 면에서 서울·부산에 이어 3대 도시 반열에 올라선 바 있다.

 

인구 감소는 인천 만의 현상도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옛날처럼 이 때문에 단체장이 인사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인구 구조가 한 도시, 나아가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반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오랜 동안 국가는 물론 각 지자체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무진 애를 써왔다. 천문학적인 돈이 쓰였고, 앞으로 들어갈 것이 또 얼마나 될 지 계측 난망이다.

 

그렇지만 거둔 효과는 거의 없다. ‘가성비 제로’에 가깝다. 출산율 높이기와 함께 집중 추진돼온 인구늘리기 정책은 대규모 개발(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립)이다. 수치 상승과 지방세수 증가 등 효과는 막대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유입된 인구의 대부분은 주택가격과 생활인프라에 무척 예민하다. 현재의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빠지거나 보다 나은 곳으로 갈 여력이 생기면 미련없이 떠나간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불만도 많다. 이들에게 정주의식이나 애향심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어렵다.

 

인구가 줄어들면 지역 정치인과 단체장들은 마치 큰 일이나 난듯 한다. 거기에는 그들대로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인구가 조금 줄었다고 호들갑을 떨 것도, 늘었다고 으스대고 자랑할 것까지는 없다 싶은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한 도시의 인구는 그 도시가 수용할 만한 수준이면 족할 것이다. 너무 적어도 문제지만, 지나쳐도 탈은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 정작 중요한 것은 외형적 숫자보다는 인구 구성이 얼마나 균형을 갖추고 있는 지, 활력과 생기가 있는 지 여부일 것이다.

 

신석기 혁명 이후 인구가 늘어나고, 그것이 도시혁명으로 이어진 동력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 식량(식량 혁명이라고도 한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지금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머물고 싶어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게 하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인천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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