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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봄이 온다. 겨울이니 있을 법한 매서운 추위와 폭설, 불어대는 바람이 엎친데 더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쳐 그야말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하나 둘 두꺼운 옷을 벗고 봄 마중에 나설 때가 되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하지만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 봄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지만 누구에게나 봄이 똑같이 찾아오진 않나보다. 이리저리 휘둘러보아도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괜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하며 에둘러 봐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저 날씨나 코로나, 시끄러운 세상 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곧 다가올 것이 분명한 봄 마중과 꽃소식에도 마음 편치 않음은 무슨 까닭일까? 사계는 순리대로 지나치는 법이지만 그 따르는 몸과 마음이 곤해 있음을 여실히 느낀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교회력 절기인 사순절 기간을 지나고 있다. 사순절은 돌아보는 시간이니, 그동안 내가 사람들과 어떤 관계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 왔는지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돌이켜 보게 된다.

 

남양주 녹촌리 마석가구공단에서 30년의 시간을 한센인,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함께 살아오면서 온 몸으로 부딪혀가며 느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다름'과 '약함'은 언제나 혐오와 공격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 가장 낮은 사람들의 친구였던 예수의 삶을 경멸하고 모함하여 결국 십자가에 못 박은 수천 년 전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봄의 시작은 최악이었다. 전염병의 두려움은 ‘다름’을 갈라 치고 ‘약함’을 공격하는 우리 안의 못되먹은 습성을 고개 들게 만들었고, 여전히 그로 인한 곤함과 분노가 도처에 넘쳐 난다. 이 즈음에 예수가 오신다면 뭐라 하실까? 뭐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렇게 편을 나누고 아무렇게나 차별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절대로 봐주시진 않을 것이다. 매우 야단치시며 대등함, 평등, 같음을 말씀 하실 것이다. 너희들은 대체 뭐하고 있었냐며 호통을 치실 것이다. 한차례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화창한 봄날이 왔는데도, 여전히 어쩔 줄 몰라 옴짝달싹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애타게 묻는다.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래지 않아 답이 들려온다. 일 년 내내 코로나 때문, 비 때문, 또 동장군의 위협과 맹위 때문이라고 핑계 대며 주춤했던 일들을 어서 찾아 나서야 한다. 툭하면 핑계 대며 등 돌린 여러 가지 일상의 아픔과 곤함을 찾아, 다시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내어주고 발길을 디뎌가며 삶의 자리를 되돌려야한다. 전쟁보다 더한 이 난리통에 어찌할 줄 몰라 주저앉은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찾아 물 한잔, 따뜻한 밥 한 공기라도 나누는 베풂과 배려의 길로 달려가야 한다. 그리하면 봄이 봄 같아지고, 사람이 사람다워지며, 지금의 모든 고통도 생명을 낳는 희망의 진통이 되리라.

 

봄이 오는 것보다 조금 빨리, 그곳으로 달려가야겠다.

꽃이 피는 것보다 조금 일찍, 우리 안의 따뜻하고 진정한 향기가 피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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