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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미얀마의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1980년 5월, 광주는 뜨거웠다. 군부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반민주 세력에 대항하여 광주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시민들의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결국 자국민을 향한 무차별 발포를 진행했고, 이는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상처가 곪고 터져 나가도록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외침을 아직도 우리는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며 그들의 상처를 보다듬어 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는 나왔으나 가해자는 나오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법정기념일까지 지정되어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두 개의 정치적 시선...얼마의 시간이 더 흘러야 우리는 광주에 뿌려진 뜨거운 피를 닦아줄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라 말 하지마라. 멀지 않은 이웃의 나라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으니 바로 ‘미얀마 군부쿠테타 반대시위’이다. 미얀마 군부도 역시 우리나라의 불행한 역사처럼 권력을 빼앗기 위해 정변을 일으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며 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구금하는 등 전반적으로 2021 지금 미얀마는 1980년 5월 광주의 판박이로 자국민을 향한 무차별 학살이 되풀이되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뒤 현재까지 60명 이상이 사망, 1857명 체포, 1538명이 구금되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미얀마의 봄은 왔건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우리가 겪은 아픈 기억 때문일까? 그동안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이러한 사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청와대와 외교부가 전과 다른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보냈으며, 시민사회 단체인 5·18민주화운동·종교·인권 등 30여개 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들도 줄줄이 미얀마 규탄 성명을 발표 했고, 급기야 종교계에서도 군부 쿠데타에 맞서는 민주화 운동을 향한 지지를 이어가며 한국수출입은행, 포스코인터내셔널, 코이카 등의 사업 및 지원은 미얀마 군부에 전해질 것 같다며 중단도 촉구했다.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 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라는 그의 유명저서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하고, “대화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며 당시 사회와 오늘의 사회간의 대화이며 더 나아가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 라고 말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분명히 2021년의 미얀마는 1980년의 광주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 미얀마에 서서히 등장하는 미래목적인 우리가 이룬 자랑스런 민주주의 체제를 같은 아픔을 겪은 동지로서 국제사회를 대표해서라도 그들에게 전수해 주기 위해 우리는 그 대화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지금 당장 권력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권력자들은 모른다. 권력의 쾌락은 잠시지만 고통의 치유는 오래간다는 것을....당장은 총과 칼로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총과 칼이 식을 때면 그때 흘린 피를 닦는데 수십년이 걸린다는 것을...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걸어온 비극의 역사를 남의 나라라고 모른 체 해서는 안된다.

 

오늘 나는 세상에 외치고 싶다. 광주정신을 계승한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어! 미얀마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들리는가?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들린다면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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