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주택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기존 임차인이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면 매수자가 실제 거주를 하고 싶어도 입주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적용 범위 관련 판결은 처음이다.
수원지법 민사2단독(유현정 판사)은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실제 거주하기 위해 용인시 수지구 한 주택을 매입했다. 이 건물에는 B씨가 기존 집 주인 C씨와 2019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전세계약을 맺고 거주 중이었다. 매수자가 실거주를 원한다는 C씨의 말에 B씨는 “새 집을 알아보겠다”며 퇴거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집 주인과 매수자가 계약을 맺은 지 한 달 뒤 갑자기 B씨는 “전세 계약을 연장하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세입자와 매수인이 각각 ‘계약 갱신 청구권’과 ‘갱신 청구 거절권’을 행사하겠다며 충돌했고 결국 법정다툼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매수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에 세입자 B씨가 기존 집주인 C씨에게 계약 갱신 청구권 행사를 마쳤다. 이를 승계한 매수자 A씨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거절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이전까지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법원도 같은 맥락의 판결을 내려 전세 낀 집 거래할 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홍남기 케이스'가 거듭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의왕 아파트를 매각하려 했지만, 거주 중이던 세입자가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의왕 아파트는 못 팔고 전세로 있던 마포 아파트는 집주인 실거주로 비워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