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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학교 친구가 평생 친구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평생 친구이며, 사회에 나가면 그렇게 진솔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고. 훈화는 늘 친구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로 끝났다.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흐르고 보니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동창들과 연락하고 지내지만 학교 다닐 때만큼 가깝게 지내지는 않는다. 사는 곳과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내가 절친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스무 살이 넘어 만났다. 대학 동기들과 동아리 후배들. 학교 발령 동기인 친구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서 가까이 사는 몇 명과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난다. 지금껏 서로 다투거나 마음 상한 적이 없기에 시간이 지나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의 존재가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어른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크다. 6학년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친구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인정받기보다 또래 집단이 추켜세워 주는 걸 원한다. 반 친구들의 이목을 끌고 싶은 마음에 돌발 행동을 하거나, 이성 친구를 의식하며 신경을 쏟는다. 성격이 조용한 아이들도 자신이 무리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무리 안에 소속되는 것 만큼이나 필요한 게 단짝 친구다. 쉬는 시간에 대화하고, 가끔 함께 장난칠 소울 메이트. 비좁은 교실에 매일 6시간씩 앉아있어도 영혼을 나눌 존재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격이 비슷하면서 관심사가 겹치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에 더해, 주파수가 맞는 사람이 교실에 앉아있는 행운이 필요하다.

모든 난관을 뚫고 어렵사리 친구를 사귀어도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아이들은 종종 심하게 다툰다. 예전에는 아이들끼리 싸워서 찾아오면 일단 문제 상황을 해결한 다음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다. 눈앞의 문제는 사과와 수용으로 봉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비슷한 문제가 또 터진다. 요즘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싸움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과감히 다른 친구를 사귀는 걸 권한다.

졸업을 앞둔 학년이어서 그런지 1학년 때부터 쌓인 케케묵은 감정들이 존재한다. 감정의 고리를 털어내기 어려우면 끊고 새로 만드는 게 빠를 수 있다. 좁디 좁은 교실 생태계에서 중간에 새 친구를 사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렵지만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도전해볼 만한 일이다. 성공한다면 그보다 더한 해피엔딩이 없다.

당장 친구가 필요한 아이에게 “중학교에 가서도 이 친구와 친하게 지낼 가능성이 크지 않아. 그러니까 친구 때문에 너무 상처받지 마”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친구 관계가 힘든 아이에게는 과거의 내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든다.

선생님도 과거에 학교에서 열심히 친구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지만 운 나쁘게 비슷한 성격의 친구가 한 명도 없던 때가 있었다. 그건 내 잘못이라기보다 그야말로 행운이 부족했다. 지금 선생님 주변에 친구가 많은 걸 보면 그렇다. 너무 좌절하지 말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어른으로 보이는 선생님도 과거엔 어린 학생이었고 친구 때문에 고민했었다는 게 위로를 주는 듯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들과는 오랜 세월 무탈하게 지냈다. 우리가 비슷한 관심사를 가졌고, 자발적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성격과 취미를 고려해서 매칭된 게 아니라 랜덤으로 짝 지어졌다. 운 좋게 찰떡같이 잘 맞는 학교 친구가 생겨서 평생 친교를 나누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6학년 아이들이 이 사실을 일찍 알게 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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