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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전도시 안산, 먼저 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장 故 신호성 군 어머니 정부자 씨
지난 1월 정부 진상규명 요구하며 삭발도… “제대로 된 처벌 위해 끝까지 싸울 것”

 

그는 점심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교시간엔 집으로 돌아와 형제를 챙기던 평범한 엄마였다. 고등학생이던 작은 아들 호성 군은 그런 그에게 딸 같은 존재였다. 저녁엔 호성이와 속닥거리며 하루 일과를 공유했고 입버릇처럼 “정 여사, 힘내”라고 엄마를 다독이던 아들을 아이 아빠가 질투할 정도였다. 그러던 호성이가 이제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신호성 군은 현재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1994년에 안산 고잔동에 이사와 20여 년 한 곳에 살아온 정부자 씨는 동 반장으로 활동할 만큼 활발하지만, 또 가족만을 위해 살던 가정적인 성격이었다. 동네 이야기 외엔 세상 물정도 잘 몰랐다. 그저 내 가정을 안전하게 살도록 지켜주는 나라에 고마워만 했다.

 

2014년 4월 16일 아이 아빠의 직장 동료로부터 “호성이가 어느 학교냐,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을 태운 배가 넘어졌다는데 확인해봐라”라는 전화가 왔을 때만 해도, 놀란 마음에 호성이 아빠와 통화를 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선박 기술이 최고라는데, 그럴 리 없다”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 정부자 씨는 7년이 지난 1월 청와대 앞에서 머리카락을 모두 자르며 눈물을 흘린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검찰 특별수사단의 무혐의 처분 발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했으나 청와대는 지금까지도 답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말 믿었어요. 와달라고 한 적 없는 우릴 제 발로 찾아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거든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제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희망에 차 있었습니다.”

 

정부자 씨와 나머지 피해자 가족들의 믿음의 결과는 참혹했다. 16일 7주기 기억식에 직접 오지 못한다면 추모 영상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그마저도 무시했다. 정 씨는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세월이 7년이나 지나버렸다. 진상규명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이 이렇게 되니 호성이, 그리고 별이 된 250명 우리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 채 실의에 빠진 지 3개월 여가 지났다. 그 사이 정 씨의 머리카락도 한 뼘 자랐다.

 

“내가 살아있는 한 20년이 걸리든, 30년이 걸리든 반드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겁니다. 대책 없이 아이들을 기다리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들이 처벌받도록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정 씨는 이러한 마음으로 여전히 안산에 살고 있다. “너희가 갑이냐, 왜 돌아다니며 안산을 어두운 도시로 만드느냐”며 손가락질하는 안산시민들에 놀라 떠나려고도 했지만, 호성이의 고향인 안산을 등질 수 없었다.

 

대신 원대한 꿈을 꾸기로 했다. 안산을 세계가 바라보는 ‘안전도시’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숙제는 화랑 유원지 내 생명안전공원 건립이다. 희생자 봉안 시설이자 추모공간인 이를 두고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기도 했지만, 오랜 설득 끝에 16일 건립 선포식을 열게 됐다.

 

현재 여덟 군데에 잠들어 있는 희생자들은 오는 2024년, 사고가 난 지 딱 10년째 되는 해 5월 안산 화랑유원지 내 생명안전공원에 영원히 봉안된다. 정 씨는 “추모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즐기는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생명안전공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더욱 성공적으로 건립하기 위해 지난 2019년엔 독일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베를린은 도시 전체가 추모 그 자체였다. 시내 한복판에 축구장 2개 넓이에 추모공원이 자리해있고, 시민들의 생활 안에 희생자의 추모 의식이 스며들어 있다”며 “보기 힘들만큼 슬프다며 아예 흔적을 없애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작은 것들도 악착같이 보존하려 하는 점이 우리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희생자들의 안치 방식 등을 공부하려 방문했던 이 시간은 정 씨의 인식이 확 바뀐 순간이기도 했다. 정 씨는 “그간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해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추모의 말을 외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을 보고 느끼며 나를 향해 비난했던 안산시민들을 설득하고 싶어졌다”라며 “조금만 노력하면 세월호 참사를 온몸으로 겪은 안산을 전 세계적인 안전 상징 도시,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은 아들 호성이를 보낸 지 7년이 지나고 또다시 찾아온 봄 날, 아들이 본다면 낯설어할 수 도 있을 짧은 머리를 한 정부자 씨는 16일 호성이를 만난다. 정 씨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안산에서 열리는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한다. 코로나19 인원 제한으로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모여 영상으로나마 아이들을 기릴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