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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인물

 


'고인물'은 명사로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전통적 의미로, 지대가 낮은 논에 오랫동안 고여 있는 물을 뜻한다.

 

가을철 벼가 익어갈 때 쯤에는 빠져야 벼가 제대로 영그는데, 이 물은 스스로 빠지지를 못하니 결국 농사를 망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누군가가 나서서 강제로 빼줘야 한다. 속담에도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물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이같은 의미의 '고인물'을 방지하기 위해 2~3년의 순환 근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비리나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고인물의 또 다른 의미는 IT의 발달로 온라인 게임이 성행하면서 생긴 의미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나오는 두 번째 의미로 '게임을 오래한 고수를 뜻하는 신조어로 현재는 한 곳에 오래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됨'이라고 나와 있다. 단 본래의 의미와 차이를 두기 위해서인지 '고인 물'로 한 칸 띄어 표기했다.

 

그런데 온라인 상에서 이들을 어떻게 인식할까. 고인물 들이 고수인 것은 맞다. 다만 빠른 손놀림과 순간 판단을 통해 게임을 하는 종류의 게임, 예를 들어 한국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롤(League of Legends)'이나 오래된 전략시뮬레이션인 '스타크래프트' 등에서 지칭되는 고수와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보통 게임 분야에서 지칭되는 고인물은 대규모 다중사용자가 접속해 이뤄지는 MMORPG 게임 분야의 '고수'다. 이들은 한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속속들이 파악, 게임을 본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간다. 게임회사측에도 '집단 탈퇴'라는 압력을 넣기도 한다. 결국 해당 게임의 초보 게이머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게임 설정은 신규 게이머의 유입을 막게 되고, 고인물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하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게 되면 결국 그 게임은 사라지게 된다. 

 

'게임을 오래한 고수'라는 것은 우리가 아는 '고수'와는 다른 뜻을 가진 것이다. 말이 좋아 고수지, 사실상 '게임 폐인'을 미화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농업에서나 게임에서나 고인물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고인물들이 우리 한국 정치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나, 너무나 오랫 동안 고여 있어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처럼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고인물에서 허우적댔던 정권은 쓰디쓴 패배를 맛보았다. 이미 수많은 역사속에서 우리는 그러했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이 그랬다. 우리는 불과 수 년전에도 민심을 이반했던 고인물을 퍼냈고, 새로운 물을 우리의 역사에 담았다. 크게는 정권이, 작게는 권력자의 주변, 문고리가 고인물이었다.

 

정(政)당이 정(情)당이 된다면 공(公)당으로서 국민들의 신임을 받을 수 있을까. 

 

시대는 너무나 급하게 변해간다. 냉전 시대는 1990년 소비에트연합의 해체로 이미 시작됐고, 세계는 자유시장체제를 넘어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범람하고 있다.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주의, 진보, 보수 등 그 동안 정치권에서 목소리 높여 외쳤던 논쟁들은 이제 역사의 강물속에 흘려보내고 역사로 다뤄져야 한다. 과거에만 묻혀 있다면 공(空)당이 될 것이고, 시대정신을 읽고 미래를 본다면 공(共)당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속 살아남기,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속 살아남기, 전세계의 코로나19 펜데믹속 경제 살아남기. 정치권은 지금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쳐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 전체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 경기신문 = 유진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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