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리뷰]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경기아트센터 들썩이게 하다

27일 경기아트센터서 ‘김덕수전’ 열려

 

“나는 광대 김덕수입니다. 이 장구 하나로 남은 시간을 영원히 채워보려고 합니다.”

 

남사당패 출신으로 장구 연주가인 명인 김덕수는 앞으로 남은 세월도 지금까지처럼 장구 치면서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겠다는 소망을 노래했다.

 

지난 27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김덕수전’이 열렸다. 경기아트센터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이자 사물놀이 창시자의 인생을 조명한 무대인 만큼 객석은 기대를 품은 관객들로 가득찼다.

 

‘김덕수전’은 데뷔 63주년을 맞아 1년여 시간동안 진행된 구술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이 제작 총괄과 극본을 맡았고, 극단 골목길 박근형 대표가 각색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보름달 배경을 뒤로한 채 무대 위 김덕수와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가 음악을 연주했다.

 

이어 “나의 아버지는 광대였고, 아버지의 친구들도 모두 광대였다. 광대는 한없이 아래에 있는 사람이지만 불같이 뜨겁고 물처럼 맑은 사람들이다”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공연은 총 8장으로 첫 순서로는 아버지 등에 업힌 어린 덕수가 등장했다. 조치원으로 난장을 가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나선 덕수는 1957년 아버지가 계시던 남사당에서 새미로 데뷔하게 된다.

 

새미는 농악패에서 꽹과리를 치며 가장 앞에서 전체 음악을 지휘하는 상쇠의 목말을 타고 등장하는 역할로, 당시 김덕수의 나이는 5살이었다. 그 때의 모습을 재현한 듯 무대 한편에서는 남사당이 인형극을 펼치고, 신명나는 노래판을 벌이며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줄광대의 줄타기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면서도 무사히 마치면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한 손에는 부채를 쥐고 사뿐사뿐 내딛는 발걸음으로 외줄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응원의 박수가 절로 나왔다. 줄광대는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아마도 줄타기 공연이 처음일 것”이라며 다채로운 묘기를 선보였다.

 

 

다음 무대는 1960년대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하던 낙랑악단 시절의 모습과 한국민속가무예술단 결성 이후의 시절, 마당 풍물패 탈춤이 저항문화의 상징이 된 1970년 당시 농악을 전수하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무대에 빠져들 무렵, 갑자기 객석 뒤 출입구에서 천둥 번개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덕수 명인은 “문을 여시오”라는 말과 함께 태평소를 연주하며 사물놀이패와 객석을 가로질러 무대로 향했다.

 

이어 징, 장구, 꽹과리, 북 연주가 시작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듯 보이는 이들의 연주 강·약 세기에 맞춰 무대 뒤 스크린에 힘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1952년생인 김덕수 명인은 지치기는커녕 힘찬 장구 연주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기도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호흡했다.

 

또 사물놀이 전성기 시절 원년 멤버들에 대한 추억과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덤덤하게 무대를 이어갔다. 1970년대 정부에서 ‘데모의 앞잡이’라며 열린 공간에서의 풍물연주를 금지하자 이들은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1978년 이광수와 최종실, 김용배와 함께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창단해 사물놀이를 대중화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는 공연을 시도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 김덕수 명인의 사진이 스크린에 비춰지고, 김덕수 명인은 60년 간의 활동을 회고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길을 따라 끝없이 두드리며 가려고 한다. 불같이 뜨겁고 물처럼 맑은 광대의 길 위에 서 있다. 이 장구 하나로 남은 시간을 영원히 채워 보려고 한다”고 끝맺음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