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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까망이 2

 

 

광주교도소 특사 동에서 아침 점호 시간이 끝나면 까망이는 내가 열어주는 식구통으로 사뿐히 뛰어올라 밖으로 나갔다. 자유 없는 감옥에서 유일하게 까망이만 자유로운 고양이였다. 까망이가 복도에서 ‘야옹’ 하고 한 번 울면 특사의 죄수들은 일제히 까망이를 자기 방으로 불러들이려고 갖은 아양을 떨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유혹은 먹을 것이었다. 멀건 국 멸치는 하급이었고, 일주일에 한번 배식되던 돼지고기 살코기는 고급이었다. 어떤 죄수는 사식으로 들어온 훈제 닭고기로 까망이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까망이는 여유롭게 이 방 저 방을 순시하듯이 드나들었다. 까망이를 영접한 죄수들은 어떻게든 까망이와 긴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까망이는 한 곳에 정을 주지 않았고 기특하게도 반드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홀쭉한 배로 출타했던 까망이가 저녁에 다시 내 방 식구통으로 넘어올 때는 얼마나 얻어먹었는지 배가 빵빵해져 뒤뚱거리면서 넘어왔다. 까망이는 나를 보며 ‘씩’ 하고 웃어 보였다.

 

까망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이제는 뺑기통 창을 통해 특사 밖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어느 날 갑자기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까망이가 호들갑스럽게 방으로 달려 들어왔다. 까망이의 입에는 참새새끼가 물려 있었다. 어린 참새가 서툰 비행을 하다가 까망이에게 잡힌 모양이었다. 까망이는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참새를 내려놓았다. 까망이는 ‘야옹 야옹 야옹’ 잔망스러운 소리로 나에게 어서 칭찬해 주라고 쳐다보았다. 처음으로 사냥에 성공한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모양이었다.

 

나는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참새 새끼를 까망이 입에서 꺼냈다. 까망이가 살짝 물고 있었던지 다행히 참새 날개가 꺾이지는 않았다. 참새는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까망이는 그윽한 눈으로 엄마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어쩌면 황홀한 식사 시간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 동안 망설였던가.

 

그러나 감옥에 갇힌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참새의 자유였다. 내가 참새를 놓아주려고 하자 그 눈치를 챈 까망이가 심하게 저항을 했다. “뭐 하는 거야? 엄마, 내가 얼마나 힘들게 잡아온 먹이인데.” 까망이가 ‘으르릉’ 거렸다. “까망아, 이건 아니지. 어린 참새도 세상을 살아봐야 할 거 아니냐.” 나는 까망이에게 말하고 참새를 다시 날려 보냈다. 까망이는 ‘하악’ 나쁜 소리를 내면서 참새가 날아간 곳으로 달려갔다.

 

까망이는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계속 까망이를 불렀다. 그래도 까망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특사 공안수들에게 전부 통방을 했다. 다른 공안수의 방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급기야 보안과장을 호출했다. 보안과장에게 비굴하게 머리를 숙였다. 보안과장이 거만하게 나에게 선심을 베풀었다. 그러나 교도소 어디에도 까망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결사동에도 까망이는 가지 않았다.

 

“까망아! 까망아!” 나는 계속 까망이를 불렀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밤이 깊었고 교도소에 달이 덩그렇게 떴다. 이제는 까망이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까망이가 뺑기통 창문을 넘어왔다.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까망이가 내 발목에 와서 이쪽저쪽 머리를 비비다가 내 발등을 가볍게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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