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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반복(反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폐막했다.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어수선한 여론 속에 무관중으로 열린 터라, 이전의 올림픽에 비해 임팩트는 덜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혼을 보고 있노라면, 올림픽이 가진 상징성과 치열함은 여전하다고 느껴졌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선수가 다양한 종목에서 경쟁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기록과 승패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 벅차다. 

 

개인적으로 개인전보다는 단체전 및 단체 종목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는데, 이는 그간 ‘팀(team)’이라는 형태로 그들이 보냈던 시간이 주는 감동이 더욱더 무게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마 내가 느끼는 매력은 같이 한다는 것의 가치인 듯하다.

 

10년 전 'Top 밴드'라는 이름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KBS 2 TV에서 제작 방송됐다. 당시 각 방송사는 경쟁이라도 하듯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 속에 돌연 나타난 이 프로그램은, 단지 노래하는 가수만이 아닌 밴드의 서바이벌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본디 서바이벌은 경쟁에서 진 상대를 밟고 올라가며 승부를 가리는 시스템이기에, 계속되는 경쟁과 끊임없는 긴장감에 참가자나 시청자 모두 어느 순간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 프로그램은 당시 다른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 훨씬 인간적이었고 훈훈했다. 예능의 탈을 쓴 다큐멘터리라는 이야기가 들렸을 정도로 진행이나 편집이 투박했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밴드들이 보여준 신선함과 그들의 드라마는 초반의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입소문을 타고 차별성 있게 팬층을 형성해나갔다. 또한, 예능과는 다소 거리가 있던 코치진들 역시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한몫했다고 본다.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밴드 음악에 대해 인색한 이 땅에서 밴드를 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그 울림의 크기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밴드라는 이름하에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며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협업의 과정은 여타 오디션 방송에서 보기 힘든 뜨거움을 갖고 있었다. 아쉽게도 2021년 시즌 2와 2015년 시즌 3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고 있지만, 밴드 음악을 다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2019년, 숨겨진 뮤지션을 찾아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 밴드를 결성한다는 JTBC의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밴드가 아닌 개인 참가자들이 모여 만든 밴드들이 서바이벌한다는 포맷을 가지고 나온 것이다. 물론 Top 밴드 시즌 3에서도 개인 참가 부문이 있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기성 밴드들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이제 막 결성된 밴드가 오랜 기간 합을 맞춘 밴드에 맞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렇게 시작한 슈퍼밴드는 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주는 정서적 낯섦을 감안한다면, 제법 흥미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올해 다시 '슈퍼밴드 2'가 시작했다.


여전히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장르를 넘나드는 개성 넘치는 연주자들의 무대는 훌륭했다. 예선 참가자들의 합격 커트라인이 높았던 탓일까, 심사위원들의 감상평 역시 대체로 호평 일색이다. 확실히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따뜻하고 끈끈했다.

 

어쨌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구조상 그 한계는 분명히 있고, 결국 승자는 가려진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이 방송을 통해 밴드 음악이 주는 매력과 더불어,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갔으면 한다. 아울러 시청자들에게도 같이 하는 것의 가치가 울림 있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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