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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음악장인

 

과거 활발히 활동하고 인기가 있던 뮤지션의 소식을 종종 접한다. 

 

이제는 TV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같은 대안 미디어들이 생산해내는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시간을 지나온 그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엊그제 본 것 같이 한결같은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전성기의 폼에서 많이 벗어났거나,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보다 오랜 기간 음악의 인생을 걸었던 그 모습에 대한 존경이 우선하기에, 응원의 자세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래서 젊음의 에너지는 덜해도 오히려 깊어지고 넓어진 표현력으로 음악을 주무르는 모습에 감동할 때가 많고, 또 그렇게 그들의 새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기억과 맞물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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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이돌(Billy Idol)이라는 영국 가수가 있다.

70년대 제너레이션 엑스(Generation X)라는 펑크록 밴드의 보컬로 시작해 80년대의 뉴웨이브의 물결과 함께 정립된 펑크와 팝을 넘나드는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로 인기를 끌던 가수이다. 물론 같이하던 스티브 스티븐스(Steve Stevens)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가 가진 스타성과 에너지는 그 자체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나오던 유로 댄스들에 섞여 플레이되던 ‘Mony Mony’ 정도의 곡을 부른 그저 외국 가수였을지 몰라도 말이다.
 
1994년에 개봉된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 주연의 《스피드(Speed)》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의 동명 사운드트랙인 ‘Speed’를 빌리 아이돌이 불렀다. 사실 이 곡 이후로 나 역시도 빌리 아이돌이라는 이름을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번 달(9월)에 그의 새 EP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에 바로 전 정규 앨범인 《Kings & Queens of the Underground》를 찾아 듣게 되었다. 2014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앨범에서의 그는 왕년이 아니었다. 여전히 정력적이고 충분히 정열적인 배드 보이의 에너지였다. 수록곡들도 전혀 예스럽지 않고 세련되었으며 거기에 원숙미까지 더해져 감상하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다. 연이어 듣게 된 새 EP의 선공개 곡인 ‘Bitter Taste’에서의 그의 목소리는 마치 훌륭하게 숙성된 와인같이 깊었는데, 이는 전작의 그것과 또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많은 뮤지션이 장인의 모습과 가치를 가지고 음악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삼십 년 이상 꾸준히 정진한 사람들이라면 정말 장인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가끔은 현재 메인스트림 차트에 랭크된 뮤지션이 아닌 기억 속 뮤지션들을 찾아서, 잊힌 기간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열광하고 가슴 벅차 하던, 그들이 여태껏 우리에게 주었던 감정적인 선물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많은 뮤지션이 여전히 우리와 같은 현재를 살고 있다.
추억의 소리에 그들을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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