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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을 가다 46 - 자연생태와 지질경관의 보고, 선갑도

 덕적도와 가까운 선갑도가 행정구역상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하게 된 것은 1970년까지 승봉도 주민들의 공동 소유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위치나 지질측면으로 보아 덕적군도에 포함해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선갑도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인섬으로, 한국전쟁 때 특수첩보부대원의 훈련소가 있었으나 미군 부대장이 뱀에 물려 사망함에 따라 패쇄되고 1992년 정부 핵 폐기장 후보지로 검토되면서 승봉도 주민들로부터 국가(과학기술부)가 매입했다. 그러나 추진이 어렵게 되자 1996년 한국해양연구원에 매각했고 2007년 ㈜S공영에 다시 매각돼 현재는 섬 관리인이 살고 있는 유인섬이 됐다.

 

선갑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행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에 도착한 뒤 별도로 낚시배를 임차해야 한다. 또 섬 소유주인 ㈜S공영에 연락해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선갑도 서쪽 해안에 설치돼 있는 선착장을 통해 섬에 들어가면 화산의 분화구처럼 보이는 C자형 만이 있고, 만 주변을 따라 노출된 암석은 화산재와 화산력이 퇴적돼 만들어진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다.

 

이 암석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9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검은색 화산 유리의 일종인 흑요석이 발견되고 4각형이나 5각형 단면을 가진 주상절리가 발달돼 있다.

 

선갑도 서쪽에 있는 C자형 만은 그 형태로 보아 화산의 분화구처럼 보이지만 북서풍을 받아 오랫 동안 풍화침식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해삼과 전복 양식을 위해 인공으로 만든 방조제가 설치돼 있다.

 

선갑도에는 옹진군의 최고봉인 선갑산(352m)이 있고 둥그런 만을 중심으로 외륜산이 발달돼 있는데 선착장에서 선갑산까지 올라갈 등산로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많은 주의를 요한다. 배를 타고 선갑도를 일주하다 보면 동쪽해안의 모래사장 2개를 제외하고 해안은 거의 해식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해식절벽에는 크고 작은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이 발달돼 있다. 주상절리는 서쪽 및 남쪽해안에 잘 노출돼 있다. 선갑도에 발달된 주상절리는 제주도 지삿개해안, 철원과 연천의 한탄강 주변에 발달된 현무암의 주상절리와 달리 응회암에 발달돼 있는 주상절리로 국가지질공원이나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과 주왕산에 발달한 주상절리와 같다.

 

선갑도는 원래 영험해 신선만이 접근할 수 있는 섬이라 해서 ‘신선 선’자와 ‘접근할 접’자 선접도라고 했으나 후에 신선 선(仙)자와 갑옷 갑(甲)자를 사용해 선갑도가 됐다. 여기서 갑옷은 주상절리의 모양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갑도 서쪽 방향에 있는 지도, 울도, 백아도, 가도, 각흘도, 굴업도, 선단여 등 덕적군도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선갑도과 동일한 응회암이다.

 

그래서 선갑도와 주변 덕적군도의 생성에 대한 ‘망구할매설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망구할매가 한양의 산신령께 진상할 100개의 산봉우리가 있는 선갑산을 쌓아 올렸는데 세어보니 한 개가 부족한 아흔아홉 봉우리여서 그만 화가 난 망구할매가 주먹으로 섬을 내리쳐 산을 부수었다고 한다. 그 때 사방으로 퍼져나간 '선갑도'의 조각들이 지도, 울도, 백아도, 장구도, 가도, 각흘도, 굴업도, 선단여 등이고 망구할매가 주먹으로 내리친 자국이 선갑도 서쪽에 있는 만’이라는 것이다.

 

현재 선갑도는 소유주인 ㈜S공영이 만 주변을 따라 섬 안쪽 경사면 37만 6000㎡를 대상으로 1276만 9000㎥ 규모의 골재생산에 대한 사업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환경파괴 등의 문제로 주변 섬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과 마찰을 빚은바 있고 최근에는 영흥도에 설치하려던 쓰레기소각 폐기물 처리장을 영흥 주민들의 반대로 선갑도의 만에 설치하려던 움직임도 있었으나 선박을 이용한 소각폐기물을 운반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취소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간직하고 있다.

덕적권과 자월권 섬 주민들이 신성시 여겨 주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한 선갑산, 주상절리가 빼어난 지질경관 등을 간직하고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보호해양생물인 새우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종인 매, 구렁이 등이 서식하는 자연생태의 보고인 선갑도를 보존하면서 채석보다 나은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방안을 인천시, 옹진군, ㈜S공영, 시민단체, 주민들이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김기룡·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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