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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 아버지와 닮았음을 깨닫다

 

◆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김미양 지음/두두/176쪽/1만3800원

 

“서른을 넘긴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문득 입가의 주름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을 쓴 김미양은 어느 날 입가의 주름을 보고 나이 들어감을 실감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고 말한다.

 

팔(八)자 모양으로 자리 잡은 주름과 골을 따라 드리워진 그늘이 마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하관과 꼭 닮아있었다고 말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이야기와 타지에서 자취하던 때의 일화, 식구들과 관련된 추억들을 ‘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에 담았다.

 

제주도 사람 아니랄까 봐 이유식 대신 말캉하고 쫄깃한 돼지고기 비계를 좋아했다는 그는 울다가도 사탕이나 과자가 아닌 삶은 고기 비계 한 토막에 울음을 그쳤다고 회상했다.

 

제주 사람들은 돼지고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터라 잔칫집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을 내고 남은 뼈와 각종 부위로 손님들에게 몸국을 대접했다고 한다.

 

‘돗궤기 석 점 언제 먹게 해 줄 거냐’는 물음이 ‘국수 언제 먹게 해 줄 거야?’처럼 결혼을 재촉하는 말로 쓰인다고 하니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것도 같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할아버지 앞에서 언덕처럼 솟아오른 봉끄랑한 배를 들이밀고 검사받던 때도, 할머니가 우뭇가사리로 해주던 우미무침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제 진짜 없다는 뜻의 ‘매기’라는 말을 들을 때도 저자에게는 모두 추억으로 남아있다.

 

빈혈로 코피를 자주 흘리는 딸에게 봉지에 담아온 문어를 숭덩숭덩 잘라주던 아버지, 늦봄이 되어서야 커다란 소쿠리에 딸기를 사다 주던 어머니의 사랑도 저자의 삶에 깃들어 있다.

 

저자는 “이제 추억을 요리하는 사람이 돼 밥 대신 글을 짓는다”면서 독자들에게 “언젠가 또 다른 식탁에서 만나 당신 입가에 새겨진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식탁의 빈자리에 당신을 초대한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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