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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110년 만의 더위와 60년 만의 추위

 

아이들이 지난주까지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왔는데 이번 주에는 두꺼운 겉옷으로 중무장하고 핫팩까지 챙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너무 휙휙 바뀐다. 10월 3일 강릉의 기온은 32.3도로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녔고 실내에선 에어컨을 틀었다. 110년 만에 가장 기온이 높은 10월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10월 16일에는 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다음날인 10월 17일에는 64년 만의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이날 길거리에선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가 알던 계절 순서인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가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위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위기감마저 면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2주 사이에 기온이 30도 넘게 변해도 조금 이른 겨울이 찾아왔겠거니 하며 창고에 넣어 두었던 겨울옷을 꺼내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에서 열심히 탄소 저감과 넷제로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당장 개인 참여해야 하는 강제성 있는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나 같은 소시민은 설마 지구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인 인간종이 멸망하진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상황을 관망하게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천할 방안들에 대해 거의 매년 이야기한다. 아이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학용품 아껴 쓰기, 전기나 물은 사용할 때만 틀어놓기처럼 어린이 수준에서 떠올릴 수 있는 대답들이 주로 나온다. 이번에 아이들과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을 나누다가 문득 학교에서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018년도에 나온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탄소 배출량은 17%이다. 5년 전보다 2.5%가 증가했다. 사육되는 소나 양 같은 가축이 1년 동안 내뿜는 탄소의 양은 모든 도로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탄소의 양보다 2%나 많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육류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기에 통계 이후 4년이 지난 현재 축산업 규모가 더 커졌을 거고, 탄소 배출량 퍼센트 역시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 오면 학교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탄소 저감 활동이 무엇인지 눈치챘을 거다. 바로 급식 시간에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학교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육류를 뺀 식단을 짜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도입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더 토의해본 후 채식의 날 도입을 영양 선생님께 건의해볼 생각이다. 몇백 인분의 식단에서 고기가 빠지는 건 유의미하게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일이다.

 

욕심을 좀 더 내보자면 한 달에 한 번으로는 부족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채식 식단을 운영해야 탄소를 줄이는 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 일주일에 한 끼씩만 채식 식단으로 운영한다면 1년에 줄일 수 있는 탄소의 양이 기대 이상으로 많을 것이다. 또, 우리는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고기를 덜 먹는 방법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몇 번 채식을 시도했지만 매번 오래가지 못하고 실패했다. 식사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식습관을 버리기 어려웠다.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급식처럼 정해져서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탄소를 줄이는데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탄소를 줄이기 시작해도 지구 온도를 낮추는 건 늦었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대로 아이들에게 지구를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뭐라도 해봐야 한다. 내년에 111년 만의 더위와 65년 만의 추위를 만나는 일을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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