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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구단-팬-선수가 '삼위일체'로 거둔 우승"

막내구단 kt,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7시즌 만의 기록
승리 주역은 쿠에바스·강백호…"우승 주역은 kt 그 자체"
첫 한국시리즈 진출도…이강철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

막내 구단 kt wiz(이하 kt)가 '단일리그 최초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KBO리그 신생 구단의 최단기간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사상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 kt는 창단 첫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동시 우승)을 목표로 설정, 금빛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 막내구단 kt,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7시즌, 3210일 만의 기록

 

kt는 10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1-0으로 꺾으면서 정규시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이후 7시즌, 3210일만의 기록이다.

 

kt와 삼성은 76승 9무 59패로 정규시즌 144경기 일정을 마쳤고, 이날 1위를 가리는 단판 승부를 했다.

 

KBO는 2020년부터 정규시즌에서 두 팀이 공동 1위를 하면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열어 최종 1위를 가리기로 했다.

 

kt와 삼성은 단일리그에서는 최초로, 전후기 리그로 나눠 진행한 1986년 OB 베어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후기리그 1위 결정전 이후 35년 만에 열리는 '한국프로야구 타이브레이커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10월의 마지막 날 치른 올해 145번째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kt는 7개월 장기 페넌트레이스의 최종 승자로 우뚝 섰다.

 

이날 kt는 여러 여건상 불리했다. 9월 말까지 2위권과 5게임 이상 격차를 뒀던 kt는 시즌 말미에 추격을 허용해 145번째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더블헤더를 포함해 5경기를 치르느라, 투수진 운영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강철(55) kt 감독은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윌리엄 쿠에바스를 사흘 만에 선발로 내세우는 고육지책을 썼다. 그럼에도 쿠에바스는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의 역투를 펼쳤다.

 

반면 8일을 쉬고 등판한 삼성 선발 원태인(6이닝 2피안타 1실점 비자책)은 단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심우준의 느린 땅볼 타구를 잡은 삼성 유격수 오선진의 송구가 1루수 오재일 앞에서 원바운드된 뒤 1루 더그아웃 앞까지 굴러갔다. 이날 kt의 첫 안타와 삼성의 첫 실책이 동시에 나왔다.

 

'원히트 원에러'로 2루를 밟은 심우준은 조용호의 1루 땅볼 때 3루에 도달했고, 황재균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 3루, kt 강백호는 원태인의 3구째 시속 147㎞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0의 균형'을 깨는 귀중한 적시타였다.

 

쿠에바스는 실책으로 맞은 위기를 극복했다. 7회말 무사 1루, 삼성 오재일이 우익수 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강한 타구였지만 kt 우익수 재러드 호잉은 낙구 지점에 서 있었다.

 

모두가 플라이 아웃을 예상했으나, 공은 호잉의 글러브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호잉이 빠르게 송구해 2루로 가던 오재일을 잡아냈지만, 1루 주자 구자욱은 3루까지 내달렸다.

 

삼성은 호잉의 포구 실책으로 1사 3루 기회를 얻었다. 호세 피렐라가 볼넷을 골라 1사 1, 3루 기회가 이어졌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강민호를 2루수 뜬공, 이원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쿠에바스의 초인적인 투구에 중간 계투 박시영(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마무리 김재윤(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가 역투로 화답하면서 kt는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 1위 결정전 승리 주역은 '쿠에바스·강백호'…"우승 주역은 kt 그 자체"

 

이날 승리의 주역은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윌리엄 쿠에바스와 결승타를 친 강백호였다. 하지만 7개월여의 긴 장기 레이스를 버틴 kt 선수들도 모두 정규시즌 우승의 주역으로 꼽힌다.

 

kt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7)는 9회말 선두타자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2루 땅볼을 처리한 뒤,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15년 kt로 이적한 뒤 야구 인생의 황금기를 맞았다고 평가받는다. 박경수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 야구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며 "9회 수비 후에 나도 모르게 감정을 표출했다"고 떠올렸다.

 

KBO리그 최고참인 1981년생 외야수 유한준은 "선수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 멤버가 됐다. 정말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2018년부터 kt에서 뛰는 올 시즌 주장 황재균은 "kt로 처음 와서 9위로 시작했는데 팀이 성장하는 것을 계속 목격한다. 정말 이 팀에 오길 잘했다"며 "주장을 맡은 첫해에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좋은 결과를 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날도 마지막 공을 던진 마무리 김재윤은 "우리 팀은 응집력이 강하다. 단단하게 뭉쳐 한마음으로 경기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kt 자부심'을 드러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kt에 복귀해 토종 에이스로 부상한 고영표는 "나는 kt 창단 멤버다. 우승의 순간까지 함께해 행복하다"라고 했다.

 

이날 하루 맘껏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누린 주축 선수들도 자만은 경계했다. 유한준부터, 김재윤까지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강철 감독 "구단의 새 역사 만들 것"

 

kt는 8시즌 만에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NC 다이노스(2013년 1군 합류, 2020년 우승), SK 와이번스(2000년 1군 합류, 2007년 우승)보다 한 시즌 빠르게, 정규시즌 정상 고지에 올랐다.

 

1982년 창단한 '원년 멤버'를 제외하면, 1군 합류 후 kt보다 빠르게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팀은 없다.

 

kt는 2015∼2017년 최하위(10위)에 그쳤고, 2018년 9위로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대단했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인 2019년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며 중위권(6위)으로 도약하더니, 2020년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1년 마침내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직후 "정규시즌 우승은 구단과 팬, 선수가 '팀 kt'가 돼 이룬 성과"라고 '삼위일체로 거둔 우승'을 강조했다.

 

그는 "쿠에바스가 이틀 휴식 후 등판해서 힘들었을 텐데 팀을 위해 희생했다. 정말 최고의 투구를 했다"며 "쿠에바스에 이어 나온 박시영, 김재윤도 접전 상황에서 완벽히 막아줬다. 포수 장성우의 투수 리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강백호가 한 번의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최고참 유한준을 포함해 박경수, 황재균 등 고참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고, 젊은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정말 잘했다"며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그는 "아낌없이 지원을 해준 구현모 대표와 남상봉 사장, 이숭용 단장 등 프런트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구단을 향한 감사의 마음도 표했다.

 

이 감독은 이제 창단 첫 통합우승을 꿈꾼다. 그는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며 "잘 준비해서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KBO리그는 11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을 놓친 삼성은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잔치를 시작한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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