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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포의 베니스 라베니체 “물길은 남았지만, 발길은 끊겼다”

라베니체, 수변 접근성 떨어지고 빈 점포 속출…상인들 ‘울상’“주말인데도 손님이 이 정도입니다.”

 

주말인 7일 오후 찾은 라베니체. 한때 ‘김포의 베네치아’로 불리며 야경 명소로 각광받던 수변 상권이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운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간간이 시민들이 오갔다. 하지만 쭉 늘어선 양편의 긴 상가 내부는 한산했다. 1층 점포 곳곳에는 ‘임대 문의’, ‘급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수변 산책로에는 간헐적으로 유모차를 미는 가족과 운동복 차림의 주민들이 오가곤 있지만, 바로옆 상가 내부로 들어서는 발걸음은 드물다.

 

특히 임대료가 비싼 1층 점포 여러 곳이 비어 있고, 2층 이상은 통째로 공실인 건물도 눈에 띈다.

 

 

기자가 직접 둘러본 구간에서만 20동이 넘는 상가 건물 중 절반가량이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특히 일부 동은 20여 개 점포 중 50% 넘게 10여 곳이 임대를 놓는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이 닫힌 유리창 너머로는 불 꺼진 실내와 먼지 쌓인 테이블이 방치돼 있었다.

 

상인들은 상가 공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변 접근성’을 꼽았다. 운하는 있지만, 실제로 물가까지 내려가거나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카페 운영자는 “산책은 하지만 물가에 앉아 쉬거나 머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사진만 찍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을 걸어보니 수변과 상가 사이에는 단차와 구조물 등의 문제로 동선의 단절이 곳곳에 존재했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상가로 유입되기보다, 운하를 따라 걷다가 다시 주거지 방향으로 빠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상권과 수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분리된 공간’처럼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볼거리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야간 경관 조명은 일정 구간에만 집중돼 있고, 공연·체험·전시 등 체류형 콘텐츠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주요 지점에 버스킹 공연을 유치하거나 야외 전시회를 기획하는 등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어쩌다 야경 사진에 혹해서 방문했던 타지인들도 홍보용 사진과는 너무 다른 현장 상황에 실망하고 발을 돌리는 형편이다.

 

 

실제 만난 상인 김 모 씨(63)는 “주말 야간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평일 매출이 바닥”이라며 “행사 때 반짝 효과가 있을 뿐 상시 유동이 받쳐주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은 “초기 분양가와 기대수익을 전제로 한 임대료 구조가 지금 시장과 맞지 않는다”라며 “임대인·임차인 모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술을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면 한 바퀴 돌면 할 게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인근 주민 김모(43) 씨는 “처음 생겼을 땐 신기해서 자주 왔지만, 매번 비슷한 풍경이라 요즘은 잘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수변 상권의 성공 조건으로 ‘접근성·체류성·차별성’을 꼽는다. 그러나 현재 라베니체는 산책로 기능에 치우친 나머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연결고리가 약하단 평가다.

 

수변 외 추가 콘텐츠 개발과 동선 재설계, 계절별 축제 및 상설 프로그램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녁이 되자 조명이 켜졌지만, 불 꺼진 점포가 오히려 더 많아 보이는 역효과도 있었다. 화려한 수면 위 빛과 달리,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포의 관광명소’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지금, 라베니체는 새로운 전환점을 요구받고 있다. 물길은 여전히 흐르지만, 시민의 발길을 붙잡을 해법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김포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인들은 “정책은 발표되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라고 말한다.

 

한 상인은 “우리는 하루하루 매출로 생존을 걱정한다”라며 “행정의 속도와 현장의 속도가 맞지 않으면 더 많은 점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포 골드라인 혼잡 이슈가 장기화하며 외부 유입이 기대만큼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절과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수변 상권 특성상 비수기 체감 경기는 더 차갑다.

 

불 꺼진 간판 아래, 운하 수면에는 여전히 조명이 일렁였다. 상인들은 “라베니체의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건은 역시 사람의 발걸음을 이곳에 붙잡을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김포를 대표하던 수변 상권이 재도약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현장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천용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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