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9일 국가보안법 폐지 및 동시 보완을 당론으로 확정한데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라도 국보법 폐지를 결사저지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는 등 정면충돌했다.
여야는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을 비롯한 과거사 전반의 해법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데 이어 국보법 개정.폐지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벌이고 있어 정국경색이 심화될 조짐이다.
특히 여야는 국보법 폐지와 국보법 개정을 각각 당론으로 내세워 국민 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 홍보전을 공언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 내내 뜨거운 논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당은 이날 오전 정책의총에서 `국보법 폐지 및 동시 보완'을 당론으로 확정함으로써 당내 소수의견이던 개정론을 폐기했고, 다만 국보법 폐지에 따라 법률적 공백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보법 폐지와 동시에 형법에서 보완하거나 `파괴활동 금지법(가칭)'이라는 명칭의 별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우리당은 또 당내에 국보법 폐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당내 이견을 해소하는 한편, 경찰, 검찰, 국정원, 기무사, 법무부 등 공안관련 국가기관 종사자,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보수단체와 연쇄 토론회 등을 갖고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이는 국보법 폐지를 여당의 당론으로 공식화하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형법보완'과 `별도 특별법 제정'이라는 두가지 보완 카드를 갖고 각계 여론을 수렴하며 방향을 정해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의총에서 "냉전 분단체제로부터 데탕트 시대로 넘어가는데 국보법이라는 걸림돌은 이제 제거하고 청산해야 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이 안보를 조금도 염려하지 않도록 법 체계를 분명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회의 입법을 책임지는 당으로서 법원의 해석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분명히 입법적으로 해결하되, 국민의 안보불안도 해결해야 한다"며 "폐지후 보완이 아니라, 폐지와 보완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보위와 체제수호의 최후 책임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한민국 체제의 무장해제를 강요하고 대한민국을 엄청난 이념 갈등과 국론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보법 폐지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박 대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은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다"며 "한나라당은 국보법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이날 운영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갖가지 억지논리를 동원해 국보법을 폐지한다고 한 이후 나라는 온통 혼란과 대립에 빠졌다"며 일부 개정을 당론으로 하고 조문화 작업을 진행중이며, 원내외 홍보를 강화하고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