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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사막의 목소리가 찾아낸 영화 ‘마지막 사랑’

‘영화 속의 월드뮤직’ 1

 

 

난데없이 떠오른 음률. 그런데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하루 종일 기억의 재를 뒤지다 아하!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영화 속 음악이었다.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탈리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The Sheltering Sky, 1990)’.

 

데보라 윙거가 나왔을 거야. 사막이 무대였어. 줄거리가 어떻게 됐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일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한 장엄한 주제곡, 처연한 느낌의 아프리카 음악들의 가슴을 적신 기억은 선연하다. 그 기억이 오래전 영화를 호출해 다시 보게 만든다.

 

영화 ‘마지막 사랑’의 무대는 아프리카 모로코다. 부부관계 권태와 작품 창작의 벽을 만나 여행길에 오른 작곡가, 작가 부부 포터와 키트. 그들 곁에는 부유하고 잘생긴 동행자가 있어 삼각관계를 예상하게 했는데 돌연 동행자는 다른 길로 새 버린다. 일단 러브 스토리는 아니라는 이야기.

 

영화 첫 장면부터 나와 심장을 강타하더니 중간중간 배경에 흘러 감정을 뒤흔들던 아프리카 토속 목소리들이 있었다. 가장 강렬했던 목소리에 대해 영화 속에서도 대화가 나온다. 부부에게 비극의 광풍이 불기 전 평화로운 카페에서 나누던 주연 세 사람의 대화

 

“계속 나오는 이 노래는 뭐죠?”

“아브 델 와하브(Abdel Wahab)란 가수의 ‘당신 무덤 앞에서 울다’란 노래”

 

노래 제목은 불길한 예언이었다. 여행 중 말라리아에 걸린 남편 포터는 사막 한가운데서 죽고 만다. 키트는 완전히 길을 잃는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따라 흐르다 사막 대상의 행렬에 휩쓸린다. 사랑도 길을 잃는다. 낙타몰이꾼 사내가 이끄는 대로 그의 오두막에 끌려 들어가 그의 욕망에 몸을 내맡긴다. 그때까지 품고 있던 일기장을 찢어 줄 위에 주렁주렁 널어놓으며 작가로서의 삶도 사막 바람에 날린다.

 

미모와 고급의상으로 빛나던 모습이 점차 늙은 낙타처럼 변해버린다.

길을 잃었는가.

마지막 장면에서 현자의 잠언 같은 질문을 받는 키트.

 

‘네’하고 답하는 그녀 얼굴에 미소가 지나간다. 미국 중산층의 안락한 삶에서 나올 수 없었을 미소. 그녀는 길을 잃기 위해 길을 떠났다는 역설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위해 삶은 잔인하게도 남편의 죽음, 사막의 고행을 요구했다.

 

인도와 미국에서의 두 번의 사막여행으로 ‘사막에 미친 여자’가 된 나는 이 영화와의 재회로 일주일은 행복할 것 같다. 기억의 무덤 속에 있던 영화를 끌어낸 음률, 아브델 와하브의 노래를 다시 찾아 듣는다.

 

내게 있어 영화 ‘완전한 사랑’의 주연은 아브델 와하브의 목소리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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