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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 마자 하늘의 별이 된 아기'…오산 의류수거함 추모 물결

지난 19일 탯줄 달린 남아 숨진 채 발견…시민들 23일부터 자발적 추모 공간 마련

 

“이 추운 곳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늦게 알아줘서 미안해 아가야. 다음 생에는 널 많이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만나서 행복하길 기도할게! 따뜻한 곳으로 잘 가렴.”

 

지난 27일 오산시 궐동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한 의류수거함 앞에는 이 같은 추모 글이 적힌 편지 여러 장과 함께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이 미안하다’ ‘하늘이 별이 된 아가, 그곳에서는 행복하길’ ‘더 이상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등 추모 문구 피켓이 마련돼 있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19일 오후 11시30분쯤 해당 의류수거함에서 알몸 상태의 탯줄이 그대로 달린 남자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곳에는 지난 23일부터 시민들을 중심으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시민도 긴 편지글을 통해 “어젯밤에도 아침에도 얼굴도 모르는 네가 안타깝고 짠하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아들아 부디 그곳에서는 사랑 많이 받고 아픔 없이 쑥쑥 잘 자라주렴”이라고 적었다. 

 

 

헌옷수거함에는 작은 국화꽃다발이 여러 개 붙어 있었고 자그마한 탁자 위에는 분유, 기저귀, 장난감, 사탕 등 아기를 위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쌀이 담긴 종이컵 위에선 향초가 계속 피워졌다. 유기된 아기의 친모인 김모(24)씨가 구속된 다음날인 27일 오전 김씨의 남편 박모(24)씨도 이곳에서 숨진 아기를 추모했다.  

 

박씨는 “아내가 아기를 임신한 걸 알았다면 저렇게 버리도록 놔두진 않았을 것이다. (숨진 아기에게) 미안하고 빨리 알았다면 당연히 구했을 것”이라며 “나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는 아니지만 사람 된 도리로 장례는 직접 치러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곳 추모 공간은 오산시매화봉사단이 마련했다. 박미순 오산시매화봉사단장은 “우리 지역 내에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는데 한 자녀의 엄마들이기도 한 봉사단 구성원들끼리 아기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에 추모 공간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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