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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누가 보호해줄까

[반복되는 영·유아 유기·살해 上] 혼전·혼외임신 등 ‘미혼 가정’↑
부모의 경제·사회적 기반 부족…기록 남는 ‘입양법’ 영향도

 

최근 오산시에서 20대 친모가 탯줄이 달린 갓난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하는 등 영유아 유기‧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영유아 유기‧살인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신문은 영유아 유기‧살인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적 구조,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상‧하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누가 보호해줄까

계속

 

영하 10도를 웃도는 지난해 12월18일 새벽 오산 궐동의 한 의류수거함에서 탯줄 달린 남자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영유아 살해 등의 혐의로 20대 친모 A씨를 검거, 구속했다. 

 

A씨는 집안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출산한 뒤 아이를 유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 모르게 임신해 낳은 아기의 존재를 숨기려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해 8월2일 안양 석수동의 한 주택가에서 갓 태어난 남자 아이가 검정색 비닐봉투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됐다. 

 

20대 미혼모 B씨는 이틀 전 집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버려져 숨진 아이는 탯줄이 달린 상태였다. B씨는 영아 살해, 사체 유기 혐의로 검거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신이 낳은 아이 3명을 모두 유기한 20대 C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C씨는 수년 전부터 지난해 초까지 아이를 출산하면 보육 시설에 아이들을 두고 도망갔다.

 

C씨는 지난해 초 생후 1개월 된 아이를 유기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고, 경찰에 체포될 당시에도 임신 중이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을 키울 여력이 없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자신이 낳은 아이를 유기‧살해하는 범죄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영아 유기는 1379건, 영아 살해는 110건으로 나타났다. 한해 평균 영아 유기는 137건, 영아 살해는 11건으로 매달 영아 13명이 버려지고, 1명이 숨지는 셈이다.

 

 

◇ 가족관계증명에 혼외자녀 출생기록…영유아 유기‧살해 부추겨

 

영유아 유기‧살인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부모의 사회적 기반이 약해 경제적 여유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에 설치된 2곳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총 1929명으로 이 가운데 미혼 가정은 72.1%를 차지했다. 부모의 연령층은 20대가 52%, 30대 28%, 10대 12% 등의 순으로 10~20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에서도 미혼모 82.7%가 “아이를 홀로 양육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또 27.9%가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11.6%는 학교에서 자퇴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이 결과는 미혼모 358명이 참여했다.

 

조경애 인구보건복지협회 사무총장은 “대다수 미혼모들은 양육과 직장 생활,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와 더불어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일상 생활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운영 관계자도 “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할 수 없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다”며 “어린 나이에 충동적으로 또는 강간으로 인해 혼외자녀를 출산하거나 외국인 불법 체류자가 출산해 버려지는 등 사례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친부모의 출생 신고가 있어야만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도 영유아 유기‧살해 범죄를 유발하는 간접 원인으로 꼽힌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친생부모가 출산 1개월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미혼모의 경우에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를 출생한 것으로 기록이 남는다.

 

때문에 혼외자녀 출생기록에 부담을 느끼는 미혼모 등은 갓 태어난 아이를 입양 보낼 생각보다 길거리에 유기하거나 베이비박스를 찾게 되는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린 한 엄마는 편지를 통해 “아이 아빠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더니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부모님께도 알리지 못하고 홀로 10달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를 낳은 첫날은 믿기지도 않았고,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막막한 고민만 이어졌다”면서 “키울 수 없는 현실도 괴로웠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입양특례법으로 곤란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한편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영아는 2011년 35명이었지만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79명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252명으로 급증했으며 2018년까지 200명대를 유지했다.

 

아울러 입양 아동도 2011년 2464명이었던 것이 2015년 1057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2013년에는 입양 아동이 922명에 불과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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