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내지 수조원에 이르는 낡은 주한미군 송유관 처리비용을 국민 혈세로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녹색연합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우리정부에 넘긴 한국종단송유관(TKP)이 노후화돼 폐쇄후 철거할 수밖에 없지만 지난달 최종 협상을 하면서 복구 비용 분담을 명시하지 않아 복구비 전액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됐다는 것.
TKP는 전시 주요 물자인 기름을 수송하기 위해 미군이 70년 경북 포항∼의정부 사이 땅을 무상 제공받아 지하 1.5m 깊이로 총 450여㎞에 걸쳐 묻은 지름 20㎝ 내외의 한국 최초의 송유관.
상수원인 한강을 관통하는 서울 강남∼의정부 구간(46km)은 93년 폐쇄됐고 나머지도 사용한 지 30년이 지나 폐쇄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부식된 관에서 유출된 기름과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
국방부가 96년 송유관 전문업체에 의뢰해 가동 중인 406㎞의 부식 상태를 조사한 결과 관 두께의 20% 이상 부식된 곳이 평균 555m마다 한곳꼴인 727개소였고 대도시가 밀집한 오산∼서울 강남 구간에는 관 두께의 80% 이상 부식된 곳도 2곳이나 있었다.
건설 당시만 해도 산림이나 논.밭이었던 송유관 매설 부지에 고층건물과 도로가 들어서 있어 송유관 제거 공사 등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최의원은 "정확한 실태 조사 후 한국과 미군 간 사용량을 기준으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TKP 문제를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