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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광석’에 이은 이상호 기자의 5번째 다큐 ‘전투왕’···“이한열 열사와 배은심 여사에게 바치고 싶다”

다음달 17일 전국 동시 개봉을 앞둔 '전투왕'···“전두환과 그에 맞서 전투를 벌여온 시민들의 스토리 담아”

 

故 김광석 씨 죽음에 부인 서해순 씨가 개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지난 2021년 12월 30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2부는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호 기자의 형사재판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상호 기자는 2017년 8월 자신이 제작 감독한 영화 ‘김광석’과 개인 소셜네트웍크서비스(SNS) 등에서 서 씨가 故 김광석 씨와 그의 딸 서연 양의 죽음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서 씨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이후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내놓았으며 재판부 역시 배심원들의 의견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이상호 기자는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아 지난 2019년 첫 공소장이 접수된 지 2년 3일 만에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그러나 이상호 기자의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해 대다수 언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경의 보도자료를 기초로 맹렬하게 비난을 쏟아냈던 당시와 달리 이상호 기자의 대법원 무죄 선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한 줄의 기사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언론의 균형이 기울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이상호 기자는 오는 2월 17일 감독으로서 그의 5번째 다큐멘터리 영화인 ‘전투왕’을 선보인다. ‘전투왕’은 사회 각층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군부독재와의 싸움을 이어온 인물들을 조명한다. 군부독재자 전두환과 그에 맞서 전투를 벌여온 시민들 중 누가 진정한 ‘전투왕’의 칭호를 얻을지에 대해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1년 12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전투왕’은 전두환의 사망으로 당초 계획보다 개봉이 늦춰졌지만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두환과 신군부에 대한 평가가 이슈로 떠오른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시의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이상호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2020년 5월 28일 서해순 씨와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는 대법원 최종 패소하고, 형사소송에서는 2020년 11월 14일 진행된 1심에서 승소한데 이어 결국 2021년 12월 30일 최종 승소가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한 다큐인 만큼 무죄를 확신했다. 이제껏 160회 이상 송사를 겪어왔는데, 이번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홀가분하다. 다만 민사가 먼저 확정되면서 억대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된 것은 아쉽다.

 

‣ 민사판결과 형사판결이 동일한 사안임에 반해 온도차는 상당히 심하다. 형사재판이 국민 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없는지.(사실관계와 법리판단에만 중심을 두는 법조인의 판단이 아닌 2017년 서해순 씨의 JTBC 인터뷰 등을 보아 온 배심원단의 입장에서 故 김광석 씨 죽음에 대한 의구심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 온도차는 분명 있었다. 탐사기자로서 늘 대여섯 건에서 많게는 10여건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며 일해왔다. 겉으로는 법리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기득권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의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판사들을 많이 겪어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고한 법대에 앉아 세상사를 내려다보며 절대무결점의 판관을 자처하는 태도가 여전히 낯설다.

 

반면 배심원단은 현실의 눈높이에서 지극히 상식적이며 합리적 판단을 내려주었다. 맞다. 국민 참여재판이 아니었으면 실형을 선고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단지 법원민주화 차원뿐만이 아니라, 법정의 정의를 위해서라도 국민 참여재판이 필요하고, 더 확대돼야 한다.

 

‣ 생전에 故 김광석 씨를 만난 적이 없는 관계임에도 20년이 넘도록 故 김광석 씨의 죽음을 취재해온 이유와 나머지 1%의 진실을 찾기 위해 현재 추진하고 계신 취재가 있는지.

 

- 원래 변사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기자라면 누구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취재를 하고 싶어 한다. 생각해보면 변사자만큼 약자가 있을까. 죽어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억울한 사연에 귀 기울이게 되는 건 기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변사자가 늘어만 가는데도 여전히 초동수사는 미진하다.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김광석을 통해서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실 김광석은 만난 적이 없는 모르는 사람의 죽음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공익을 위해 취재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정부나 재벌을 상대로 하는 취재가 아니라, 부인을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 골치 아픈 사안이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김광석의 노래는 어느 곳에서나 예기치 못한 순간 불쑥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소중한 노래를 선물한 가수의 죽음을 기자로서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됐고, 영화가 나왔다.

 

‣ 영화 “김광석”을 보면 처음 시작은 진실을 찾아가는 담담한 기자의 입장처럼 보이다가 갈수록 故 김광석 씨의 유가족(친가)이 느끼는 감정에까지 몰입되는 것처럼 보이고 끝내 서해순 씨에 대한 분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취재 중에 힘든 일(상황적 혹은 심리적)은 무엇이었는지, 기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는지.

 

- 기자로서 예단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한쪽에 몰입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건 순전히 기자인 나의 책임이다. 아마도 서해순씨측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몰입을 방해한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서해순 씨에 대한 감정은 없다. 김광석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 나서주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 서해순 씨와의 3차례 인터뷰에서 서해순 씨의 말이 계속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는가.

 

- 영화 김광석 개봉 직후 후속 취재 과정에서 딸 서연 양이 이미 10년 전에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관련해 안민석 의원 등이 서해순 씨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즉각 서해순 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졌는데, 고발인 측에서 경찰에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가동시켜 달라고 요구했었다.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서해순 씨 본인이 거부하는 바람에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시키지 못했다고 들었다. 실망스러웠다. 서해순 씨는 다혈질의 성격을 가진 분이다. 당시 경찰이 프로파일러와 장비를 투입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다.

 

‣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2015년 없어졌다. 그럼에도 김광석법 제정을 촉구했던 이유는.

 

- 맞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이전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경우, 과거의 사건이라도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수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김광석법 제정의 취지다. 과학수준이 발달한 만큼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 '김광석'의 결말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광석 변사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자료를 입수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 제법 건진 것이 많다.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변사사건 취재가 더욱 어렵겠지만, 사실 96년 1월 김광석 변사 발생 당시에도 정보 접근이 쉽지는 않았다. 담당 형사가 독수리 타법으로 타이프 라이터를 칠 때 어깨너머로 훔쳐보고, 형사과장에게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취재에 기본이 되는 만큼, 영화 제작 과정에도 몇 차례 수사기록 열람을 요구했으나 허사였다. 유가족들을 통해 요구해도 답변은 ‘불가’였다. 기본 정보조차 하나하나 우회적으로 확인하느라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재판은 기자에게 엄청난 취재 기회를 제공한다. 힘든 재판을 받으면서도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방대한 분량의 사건 자료를 복사해 열람할 수 있었다. 수사가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됐는지 밤새 혀를 차며 읽고 또 읽었다. 영화 개봉 이후 크게 가처분, 민사, 형사 3건의 소송이 대법원까지 진행됐다. 그중 가처분, 형사를 이긴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확보한 증언과 자료도 풍부하다. 변호사들과 김광석 속편 제작을 상의하고 있다.

 

 

‣ 이상호 기자의 영화감독으로서 5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전투왕'의 개봉이 한 달 여 남았다. 어떤 영화인가.

 

-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전두환 추적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하고 싶다. 독재자 전두환과 한판 승부를 벌였던 시민들의 영상을 담았다. 관객들께서 과연 누가 진정한 ‘전투왕’인지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제작 기간 중 독재자 전두환이 죽었고, 전두환과 가장 열심히 ‘전투’를 벌여 오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돌아가셨다. 개인적으로는 이한열 열사와 어머니에게 이 영화를 바치는 마음이다. 한편으로 30년 가까운 험난한 기자생활을 마무리하는 영상 보고서이기도 하다. 후련 섭섭하다. 능력에 버거운 숙제를 끝마친 느낌이다.

 

‣ 영화 '전투왕'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만든 영화이며,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 민주화 투쟁을 겪지 않은 세대는 군부독재의 위험성을 모른다. 바다 건너 미얀마 군부의 살육극은 그저 우리와 무관한 해외토픽일 뿐이다. 군부독재의 실체를 모르면 민주화 세대를 부패한 적폐 집단으로 규정하고 역사를 되돌리려는 냉전 정치세력의 주장에 동조하기 쉽다.

 

군부독재를 모르는 세대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했다. 역사가 먼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도 진행중인 현실이라는 점을 쉽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오랜 기간 최선을 다했다.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경기신문 독자를 비롯해 시청자 및 관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미디어가 이끌어간다고 믿고 있다. 경기신문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특히 영화 ‘전투왕’ 개봉을 앞두고 가장 먼저 인터뷰를 청해주셔서 감사하다. 경기신문의 열혈 독자로서 앞으로도 좋은 기사를 부탁드린다.

 

[ 경기신문 = 심혁 · 양희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