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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반복된 실패…‘대통령제 개헌’ 대선 쟁점 되나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반복‧실패 겪는 개헌 논의
李 ‘4년 중임제’ 불붙여…尹 “뜬금없다”‧安 “분권형 우선”
전문가들 “현행법서도 충분…정치적 변고 있어야 가능”

 

역대 대선 후보들의 단골 의제인 ‘대통령제 개헌’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은 정치권 내에서 오랫동안 논의됐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민주항쟁 같은 정치적 변고가 있지 않는 한 개헌은 말뿐인 공약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현행법과 제도적 장치 내에서도 충분히 개헌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제 개헌 논의에 불씨를 지핀 것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통령 임기) 5년은 기획해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데 결과를 볼 수 없는 기간”이라며 “책임 정치를 위해 권력이 분산된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다만 “정치적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과 합의가 용이하지 않다”면서도 “경국대전을 다시 쓰는 일인데 임기 1년 줄이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상대 후보들 역시 개헌 필요성에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같은 날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뜬금없다”고 꼬집으며 “대선이 코앞인데 국민들께서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진정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의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는 “현재 권력구조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냐”면서 “4년 중임제 개헌보다 ‘대통령 권력 분산’ 방식의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개헌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필요하며 그 시기는 2024년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내각제‧4년 중임제’는 정치적 수단?…역대 대통령 등 모두 개헌 실패

 

이처럼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과거 실패한 개헌 논의 과정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며 내각제 개헌 합의 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문건이 유출되면서 내각제 밀실합의 비판 여론이 조성되면서 개헌은 무산됐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약속했지만 외환위기로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김 전 대통령과 김 전 총재는 개헌 유보에 합의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연임제 개헌이 담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이를 철회했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4년 중임제로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선 2년 뒤 여야에서 개헌 논의가 나오자 ‘개헌은 경제블랙홀’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다시 2년 뒤인 2016년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국정농단 사건을 덮기 위한 의도가 드러나면서 흐지부지됐다.

 

2017년 ‘4년 중임’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안을 발의했다. 개헌안은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며 ‘투표 불성립’ 처리됐고, 20대 국회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전문가들 “국민이 직접 불편함 느껴야 개헌 가능…항상 진정성 의심”

 

전문가들은 과거 개헌 실패 원인을 ‘진정성 없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헌법 개헌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적 격변기마다 이루어진 만큼 국민이 직접적인 불편함을 느껴야 개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개헌은 권력 구조 개편 전반의 구조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로 정파가 간 이해가 크게 엇갈린다”면서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아 국민들이 진정성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대통령이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추진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며 “집권 초기 권력이 가장 클 때 권력을 내려놓고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헌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부 정치인의 권력 유지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포장지로 이용된다면 개헌은 어렵다”면서 “대통령 간선제 반대 등 국민이 간절하게 원하는 상황이 돼야만 개헌이 가능한데 지금은 격변기도 아니고 국민들의 호응도 크게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과 제도적 장치 내에서도 충분히 개헌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 원장은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있던 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얼마든지 개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해 나가는 방향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도 “헌법 제정이 오래됐지만 현재 헌법은 권력 분립이 잘 규정돼 있고,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들이 낡은 것을 고친다는 개념으로 몇 개 조항을 새롭게 바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실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