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르포] 대선에 화난 청년 표심…“최선 아닌 차악 선택하는 선거”

대선대응 청년행동, 26일 ‘대선 비상선언 : 주먹이 운다’ 행사 개최
2030 청년 100여 명 참여…청년‧교육‧사회‧인권 등 다양한 주제 발언
청년들 “대선 후보 청년 정책 진정성 없는 헛소리…갈라치기 그만해야”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척만 하고 갈등을 유발해 표를 가지려는 행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후보들이 청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말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아야 하는 선거, 그리고 그 차악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이번 선거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지난 26일 오전 ‘2022 대선 비상선언: 주먹이 운다(스트릿 대선 파이터)’가 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우리소극장.

 

소극장 입구부터 소극장 안으로 가는 길목에는 ‘청년 갈라치기 이대로 괜찮은가’, ‘경쟁이 공정하지 못해 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왜 청년에게 관심이 없는 대통령을 뽑아야하는가’라는 등의 내용의 대자보 10여 개가 붙어 있었다. 

 

극장으로 들어서자 좌석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2030 청년 100여 명은 이날 “청년 의제가 실종된 이번 대선에서 청년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대선 후보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는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이 개최했다. 전국 대학 학생회 및 청년 단체가 모여 지난해 9월 발족한 단체다. 청년행동 측은 “지금 대선이 ‘노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등이 모여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행사 주최자이자 멸종위기종인 청년을 살리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 청년행동 박곰 후보는 무대에 마련된 링 위에서 양손에 권투 글러브를 끼고 청년들과 마주했다.

 

자신을 ‘빡칠 박’에 ‘곰 곰’이라고 소개한 박 후보는 “대선이 얼마 안 남았지만 후보들이 답답한 이야기만 해서 화가 많이 난다”며 “청년 정책에 진정성 없이 헛소리만 나는 대선 후보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반영할 수 있도목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는 청년, 교육, 사회 등 각 분야에 답답함을 느낀 참가들이 무대에서 발언하면 휴대폰 손전등으로 ‘주먹게이지’를 밝히거나 자신의 생각을 첨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대해 “진정성 없는 공약을 내세워 청년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청년’이란 주제로 첫 발언에 나선 시민단체 ‘청년하다’ 류기환 대표는 “대선 후보들이 앞 다퉈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청년 의제는 사라졌다”며 “TV토론회에서 청년 정책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만 이어갔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대선 후보들은 대장동, 후보 배우자 등 거친 공방만 이어가 답답함을 넘어 한심했다. 그걸 2시간 동안 지켜본 내 인생이 레전드”라며 “후보들이 청년 문제 해결에 진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후보들의 청년 공약은 대부분 과거에 다른 후보들이 갖고 나왔던 것과 비슷하다”며 “실패한 공약을 또다시 포장해 와 이야기를 꺼낸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무너지면 기성정치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고,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척만 하고 갈등을 유발해 표를 가져가려는 행태는 지속될 수 없다”며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후보들은 청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의 발언 이후 참가한 청년들은 휴대폰 불빛으로 주먹게이지를 표시하며 호응했다.

 

참가자 최기주 씨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청년 공약은 청년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돈 몇 푼 지원해주고 일자리 몇 개 늘려주는 것보다 비정규직 구조나 투기가 만연한 주거 현실 등 근본적 부조리를 뒤바꿀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주제로 발언에 나선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6기 이민지 의장은 “코로나19로 2년 반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들었지만 수업 결손에도 등록금은 또 올랐다”며 “학교 측은 정부가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학생들의 요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하는데 대선 후보들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지난 대선부터 입학금 폐지와 국가 장학금 지급, 반값 등록금 등 학생 부담을 덜어달라는 처절한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실질적 문제 해결로는 나아가지 못했다”며 “이번 대선 이후에도 답답한 현실을 또다시 이야기하는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공감한 참가자 황진서 씨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하는 선거, 그 차악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이번 선거에 답답함을 느낀다”며 “코로나로 자영업자가 힘들다지만 자영업 안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의 재정적 부담도 크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주제로 마지막 발언에 나선 이화여대 ‘RIGHT NOW’ 활동가 박서림 씨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인권 의제가 실종됐다”며 “여성과 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 문제는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면서 ‘이정도면 됐죠?’라고 한다거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청년 핵심 공약을 꼽을 때 ‘여가부 폐지’로 답하는 진정성 없는 대선 후보들의 행보를 보며 답답함과 어이없음이 수없이 공존했다”고 일갈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허수경 대표도 “기성 정치가 인권 문제를 경제나 안보 등을 이유로 배제하고 있다”며 “장애인 이동권이나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논의는 계속 미뤄두고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참가자들은 ‘멸종위기종 청년을 살리는 2022 대선’, ‘청년 갈라치기 청년이 없는 2022 대선’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좌석에서 함께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