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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대체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신간] ‘나쁜 토끼’
日 추리소설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초기작
2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

 

◆ 나쁜 토끼 /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 서재 / 532쪽 / 1만 8000원

 

‘나쁜 토끼’는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로 알려진 일본 추리소설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초기작품으로, 일본 출간 2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책은 1996년 ‘네 탓이야’에서 자유기고가, 청소부, 전화상담원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성 탐정으로 등장한 ‘하무라 아키라’를 주인공으로 한다. ‘이별의 수법’, ‘조용한 무더위’, ‘녹슨 도르래’, ‘불온한 잠’ 등 탐정 하무라가 활약한 이 시리즈는 25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프리랜서 탐정 하무라 아키라는 가출한 열일곱 살 소녀 다이라 미치루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의뢰를 받고 현장으로 나선다. 간단한 사건으로 생각하며 해결에 나선 하무라는 예상과 달리 칼에 찔리고, 발등 골절이라는 부상까지 얻게 된다. 미치루를 무사히 부모에게 인계하고, 사건은 마무리된 것 같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이번에는 행방불명된 미치루의 친구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사라진 소녀의 행방을 쫓던 하무라는 미치루 주변에서 사라진 소녀가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소녀들은 대체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얼마 후 미치루의 또 다른 친구가 살해당하고, 하무라의 절친 미노리에게도 나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하무라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끊임없는 괴롭힘을 당하는 등 갖가지 사건들이 하무라 주변에서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손을 흔들고 미노리는 나갔다. 나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그녀와 나의 세계는 달라져버렸다. 그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고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 이때 이미 모든 일이 시작되어버렸다는 사실을, 휘말려버린 내가 이윽고 최악의 9일간을 보내게 되리라는 사실을 당연히 이때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전초전’ 중에서)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 속 하무라 아키라는 냉철하고 고상한 기존의 탐정 캐릭터와 상반된 모습이다. 서민적이고도 불우하다. 그럼에도 넘어지고, 깨지고, 얻어맞으면서 사건에 꿋꿋하게 맞서 나간다. 이런 하무라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는데, 그 중 ‘과거의 어떤 사건’은 그녀에게 ‘어둠 공포증’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작품은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았던 하무라 아키라의 과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의 아르바이트 탐정이었던 하무라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으로 거듭난 과정을 풀어낸다. 삶에 지친 40대의 하무라가 아닌, 30대 하무라를 만날 수 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에서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인물은 없다. 모두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는 물론 하무라가 거주하는 건물의 집주인,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찰관, 이웃집 주민, 심지어 길을 가다 마주치는 이름 모를 행인마저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 작품 속에서 오롯하게 살아 숨 쉰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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