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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는 있는가

[신간] ‘동거인’
평택 출신 작가 고 박석수의 소설집
송탄 미군기지와 기지촌 문제 등 다뤄

 

◆ 동거인 / 박석수 지음 / 북인 / 276쪽 / 1만 3000원

 

평택 출신 작가 고 박석수의 소설집 ‘동거인’이 출간됐다. 작가는 시와 소설 등 많은 작품에서 자신의 고향 쑥고개, 송탄 미군기지와 기지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책은 박석수기념사업회가 지난해 박석수 25주기를 기념해 발간한 전집 소설집 1권 ‘외로운 증언’에 이은 것으로, 표제작 중편 ‘동거인’ 역시 쑥고개가 배경이다.

 

군에서 막 제대한 주인공인 ‘나(근호)’는 모터를 쓰는 대신 하루 10시간의 펌프질을 고수하는 전근대성의 아버지와 우월한 점령군의 오만을 드러내는 근대성의 미군을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나’는 근면한 절약정신과 가족에게 독재자처럼 구는 아버지로 인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중퇴한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과해 어렵게 대학에 진학하지만, 제대 후 다시 집에 돌아와 콩나물 공장 일에만 매진한다. 소설의 후반부는 내국인 출입금지인 ‘클럽 파라다이스’ 양키홀에서 일하는 ‘미영’을 등장시켜 미군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전개한다.

 

동거인은 전집 1권 외로운 증언에 실린 ‘철조망 속 휘파람’과 유사하다. 주인공 집안은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땅이 징발돼 쫓겨나고, 이 일로 인해 할아버지가 울화병으로 사망하는 것이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은 철조망 속 휘파람에서 아버지가 미군의 개보초 역할을 하다가 비명횡사했다면, 동거인 속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움막을 짓고 콩나물을 재배해 자수성가한다.

 

동거인에서 아버지는 모터라는 근대적 기계를 활용하면 많은 노동을 절약할 수 있음에도 전근대적인 육체노동을 고집한다. 정성을 들이고, 땀을 흘려 키운 콩나물만이 제대로 된 콩나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버지는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전근대적 인물로 보여 진다. 반면 기계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미군은 근대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미군의 오폭으로 마을이 쑥밭이 되고 주민들의 목숨을 잃게 하고도 피해보상은커녕 피해조사조차 되지 않은 일, 미군을 상대하는 한국 술집 여자들이 드러내는 위계의식, 양공주를 착취하는 미군을 통해 비판적인 대미인식을 드러낸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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