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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리스본 스토리 ‘ Alfama’

영화 속의 월드뮤직 12

 

‘리스본에 있으면서 리스본을 그리워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면 포르투갈 민속 음악 인 파두 그룹, 마드레데우스(Madredeus)의 음반을 들어보시길’

 

소설가 김연수 씨의 신문 칼럼에서 처음 ‘마드레데우스’를 알게 됐다. 7년 전 이야기다. 한 번 찾아서 들어봐야지, 하다 잊어버린 그 이름을 얼마 전 영화잡지에서 다시 보게 됐다. 빔 벤더스를 다룬 기사였다. 빔 벤더스는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1999)’으로 쿠바 음악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파리 텍사스(1987)’ ‘베를린 천사의 시(1993)’로 각각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감독상을 받아낸 올해 나이 77세의 독일 거장. 잡지 기사에는 감독이 미치도록 좋아했다는 포르투갈 음악 그룹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름이 마드레데우스였다. 그들의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영감을 얻어 영화로 만들었고 그 영화에 그룹을 출연시키기까지 했다나. 그렇게 탄생한 영화 ‘리스본 스토리(1994)’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해 존재감 없이 막 내렸다고 한다. 국내 상영이나 했던가. 빔 벤더스를 좋아해 그의 초기작까지 뒤져 찾아봤던 나였지만 ‘리스본 스토리’는 기억에 없다. 그래도 ‘무려’ 빔 벤더스인데!

 

유물 발굴하는 심정으로 거의 30년 전 영화를 찾아보았다.

 

소설이 작가의 자서전이라면 영화는 감독의 인생필름일 수 있겠다. ‘리스본 스토리’는 영화에 대한 감독의 철학을 녹인 자전적 내면 스토리로 보였다.

 

독일에 살고 있는 영화 사운드 엔지니어 필립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영화 촬영 중인 친구를 찾아간다. 그런데 가는 도중 타이어 펑크 등, 재수 없는 일이 연발하더니 도착 후는 점입가경, 제발 와달라 청해 그를 고생길로 끌고 온 친구가 연락도 안 남기고 사라졌다. 낡고 지저분한 숙소의 밤은 모기에 뜯겨 환장하겠고 낮에는 시끄러운 동네 꼬마들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런데 가난한 동네의 우중충한 분위기가 프리드리히의 영화 음악을 맡은 그룹 ‘마드레데우스’의 등장으로 확 바뀐다. 신기한 일이다. 숙소의 얼룩, 빨래 널린 너저분한 건물, 스산한 골목이 리스본의 오랜 역사를 품은 비밀 무늬로 화하고 캠코더 들고 설치는 동네 꼬마들의 소음은 영화 본질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들린다. 영화 후반부에야 모습 드러낸 친구 프리드리히의 비정상적 행각도 창작의 진지한 찰나로 보인다.

 

쿠바의 낡은 도시, 죽음만이 휴식일 듯한 늙은 노동자들을 숭고한 예인으로 만든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속 음악들처럼 ‘리스본 스토리’의 마드레데우스 음악들은 리스본의 초라한 동네와 빈민들을 세상에 없는 영화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비한 장소로 만들었다.

 

영화 개봉 후 ‘리스본 스토리’는 잊혀졌지만 ‘마드레데우스’는 명성을 얻었다.

 

파두의 정서 사우다드(Saudad/ 그리움, 향수에 절여진 애상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한(恨)의 정서와 비슷)가 배어있으면서도 끈적임 없이 청아한 보컬 테레사 살게이로(Teresa Salgueiro)의 목소리, 그리고 파두 악기인 기타에 첼로, 신시사이저를 가미해 팝적인 리듬을 낸 마드레데우스의 음악은 포르투갈을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영화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 ‘알파마(Alfama)’는 리스본에 속한 파두 공연장 많은 지역명인데 마드레데우스가 월드 스타가 된 후 관광명소가 됐다. 알파마를 들으면 ‘리스본에 가보지 않고도 리스본이 그리워지는’ 감정을 느낀다. 영화 속, 음악 한 곡이 먼 나라 낯선 도시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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