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온다 / 김동규 지음 / 사무사책방(다산북스) / 312쪽 / 1만 7500원
젊은 시절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했던 김동규의 첫 산문집이 출간됐다. 그동안 ‘10명의 천재 카피라이터’, ‘미디어 사회’ 등 학문적 책을 펴낸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서 사람을 통해 얻은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담아냈다.
책은 1980년 초에서 2022년까지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와 우리네 공동체적 삶의 교차점을 설명한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부분들이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을 낳고 키워준 가족,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준 사람들, 확장된 시공간을 함께 통과했던 사람들…. 사람으로 출발해서 결국 사람으로 돌아가는 개인적 기록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 ‘그해 봄’에서 개인적 체험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2장 ‘내가 만난 사람들’은 작가를 성장하게 한 소중한 만남들을 풀어냈고, 3장 ‘함께 걷는 길’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소망을 적었다.
작가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4장 ‘세월호 이야기’, 노동문제와 검찰·종교·언론 개혁에 대한 고민을 담은 5장 ‘우리가 빼앗긴 이름들’, 마지막 6장 ‘살았고 싸웠고 죽어간 이들을 위해’는 우연히 스쳐 만났던 인연들을 이야기한다.
생각만 해도 마음 한구석이 시려오는 단어, 부모님. 비자 신청을 위해 발급받은 가족관계증명서에 적힌 부모님의 성함. 작가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기억이 되살아나 순간 가슴이 메고 눈물이 북받친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왼쪽 가슴에 맨 손수건을 고쳐주시던 다정한 손길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홀로 남아 자식 키우기에 애쓰신 아버지는 작가가 시위 도중에 붙잡혀 두 달간 행방불명됐을 때, 매일 부대 앞을 찾아와 작가의 생사를 물었다고 한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담긴 일화들은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렇게 4월 16일이 지나갔다. 오늘은 오후 3시부터 강의다. 연구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가만히 바라본다. 눈부신 햇살이 천지를 가득 채우고 봄바람이 하늘 벌판을 뛰어간다.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남아 있는 우리가 이렇게 무력해서. 꽃 한 송이 외에는 너희들 앞에 바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4장 세월호 이야기’ 중에서)
작가의 시선은 착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머문다. 특히 작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세월호의 아이들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소수자들. 이들은 그가 더는 세상을 방관할 수 없게 한다.
이 세상이 더 건강하고 올바르게 나아가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의무감을 놓지 않게 한다.
한국사회 여러 문제를 더욱 깊고 예리하게 비평하고, 검찰개혁에 동참하는 등 지식인 실천에 매진하는 것도 결국 사람의 문제에서 시작한다.
사람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삶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책은 스쳐가는 인연은 물론,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무미건조하게 대하는,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을 한 번 더 깊게 바라보게 한다.
강남순 美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교수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연대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가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