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브 / 단요 지음 / 창비 / 192쪽 / 1만 4000원
책은 신인 작가 단요의 첫 작품으로, 2057년 홍수로 물에 잠긴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물속에서 옛날 물건을 건지는 물꾼 소녀 ‘선율’과 기계 인간 ‘수호’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물속 세계를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표현하며, 10대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성장 서사를 전개한다.
4년간의 기억이 삭제된 채 도시가 수몰되고, 댐이 무너진, 멸망한 세상에서 깨어난 기계 인간 수호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자문하는 지금의 10대들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수호는 기계가 되었음에도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어 하며, 떠올리고 싶지 않을 일을 떠올리려 애쓴다. 과거가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가장 빠르게 나아가는 방법은 과거를 마주보고 끌어안는 것이라는 사실을 수호는 알고 있다.
‘다이브’ 속 인물들은 상처받고 갈등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마침내 일어선 그들은 그 무엇도 아닌 서로의 손을 잡는다. 그래서 독자들은 망해 버린 세상에서 피어난 수호의 기억 찾기를 응원하게 된다.
◆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 이종산 지음 / 은행나무 / 292쪽 / 1만 4500원
제1회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이종산의 첫 번째 소설집이 출간됐다. ‘공포’를 소재로 한 일곱 편의 소설이 실린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은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 선정돼 도서전 기간 동안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책에 실린 소설들은 주로 사회적 주체로서 여성의 관계와 공간, 타인과 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시작된 공포를 그리고 있다.
표제작을 비롯해 ‘언니’, ‘커튼 아래 발’에는 가장 가깝고 긴밀한 관계이지만 때로는 그 누구보다 멀게 느껴지는 존재인 가족과 친구가 등장한다. ‘흔들리는 거울’, ‘청소 아주머니’는 일생을 살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과 일터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을 보여 준다. ‘혼잣말’, ‘은갈치 신사’는 타인의 목소리로부터 발화한 불안을 담았다.
이렇듯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인간의 심연에서 얽히고설키며, ‘공포’가 왜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사회적 감정인지 독자들에게 전한다.
◆ 모래도시 속 인형들 /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336쪽 / 1만 3000원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작가가 앞서 ‘테세우스의 배’에서 선보인 미래 메가시티 평택, 일명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범죄수사물이다.
약 50년 후, 2080년. 평택은 ‘기술규제 면제특구’가 설정돼, 모든 기술 개발과 실험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도시 ‘샌드박스’로 재탄생한다.
혁신행정특례법의 제정으로, 중앙의 간섭을 아예 받지 않는 자치정부까지 들어서며 평택은 무소불위의 세상이 된다. 그 하부에는 버려진 옛 건물과 온갖 불법 거래, 음모들이 존재한다.
검사 진강우와 민간 탐정 주혜리가 샌드박스 평택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범죄를 쫓는다.
두 주인공은 대기업의 사주를 받은 동료 검사의 방해 등 암울한 상황에서도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일단 부딪치고 본다.
책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현실감 있는 가상세계 묘사로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아울러 재벌, 아이돌, 부동산, 음모론, 교육, 인권 문제 등 사회적 화두를 다루며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