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 풋잠에 든 것처럼 / 최옥희 지음 / 놀북 / 159쪽 / 1만 3000원
담장 둘러친 내 집을 떠난 적 없어/ 나는 여기가 제일 좋은 줄만 알았어/ 태평양 바다도 에베레스트 산도 있다는 걸/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하고 알았어/ 나는 지금 꿈 많은 47년생 일흔여섯 살 여고생 (「나」 중에서)
책은 일흔여섯의 나이로 늦깎이 고등학생이 된 시인 최옥희의 ‘디카시집’이다.
시인은 디카시(디지털카메라로 자연·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관련 창작 프로젝트와 국제 행사가 열리는 고성에서 뒤늦게 디카시를 배웠다.
고성문화원 부원장을 지내는 시인은 늦깎이로 이은 학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지난 세대 여성들이 가난한 식구들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자기 이름 한 자 쓰지 못하는 한을 가졌듯, 뒤늦게 가진 배움의 길은 시인을 인간 최옥희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시인에게 이 책은 한풀이이자 해방구이자 보석 상자다. 그의 일생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책을 읽다보면 맑게 웃는 얼굴을 하고 부지런히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 닿고 싶다는 말 /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56쪽 / 1만 4800원
책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작가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 담겨 있다. 작가는 과도한 관심욕구와 인정욕구, 그로 인한 자기연민과 자기혐오로 가득했던 기억들을 담담하게 들춰낸다.
책에는 그 흔한 ‘힘내’라는 격려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저자 특유의 위트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가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든다.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자신의 흑역사까지 낱낱이 드러내 마주한 작가는 이제 타인에게 시선을 돌린다. 상대가 직접 드러내지 않아도 그들의 행동과 말투, 주변 공기에서 뿌리 깊은 아픔을 포착한다.
늘 동의를 구하는 듯한 학교 선배에게서 짙은 외로움을, 소통할 줄 모르는 직장 상사의 사연에서 나르시시즘을 보고, 조심스레 커밍아웃을 하는 친구로부터 절박한 호소를, 사고로 자식을 잃은 외삼촌이 꾸며놓은 집에서 적막한 슬픔을 느낀다. 작가는 이들에게 느낀 연민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 빛 따라 구름 따라 / 최성수 지음 / 푸른세상 / 184쪽 / 3만 원
책은 올해 83세인 사진가 최성수의 포토에세이집이다. 작가가 15년 동안 찍은 사진에 짧은 에세이를 더했다. 작가는 자신처럼 사진과 에세이를 통해 은퇴 후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책을 펴냈다.
“(사진을)빛 따라 구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유랑하며, 생각나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보고, 가슴에 와 닿는 대로 찍고 담았다”는 그의 말처럼 책 속 사진들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작가에겐 사진이 은퇴 후 행복의 추구, 삶 성찰, 자기 개발을 위한 좋은 도구였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걷고, 의미가 큰 대상을 찾아, 그 순간의 마음을 담아 셔터를 누르면 그는 충만감이 들고 행복해졌다.
작가는 사진이 자기 정화, 치유의 기능을 가졌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날들을 회상하고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임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예로 들며 사진 찍기는 건강에도 좋다고 전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