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 옷을 재활용할 목적으로 설치된 의류 수거함. 모두가 고요해진 시각, ‘밤의 세계’가 열리면 이 의류 수거함을 뒤적이는 여고생이 있다.
아트컴퍼니 행복자 플러스가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청소년 창작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초연한다.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학업, 성적, 꿈 그리고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청소년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학교, 학원,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서울의 ‘밤의 세계’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 ‘도로시’는 외고 시험에 불합격한 후, 학업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까지도 생각했던 여학생이다. 도로시는 매일 밤마다 의류 수거함 속의 헌옷을 빼내어 의류 수선집을 하는 ‘마녀’에게 팔아넘긴다. 밤의 세계를 나다니던 도로시는 노숙하고 있는 ‘숙자’ 씨를 만나 친구가 되고, 폐지 줍는 할머니, 식당 주인 ‘마마’와도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의류 수거함에서 자살을 준비하고 있는 또래 남학생(의류 수거함 번호를 따 ‘195’라 불린다)이 버린 일기장과 앨범 등을 발견하고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친구들에게 계획을 제안한다.
성공리에 계획을 마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숙자 씨, 마녀, 195 등은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고 서로를 보듬어준다. 외롭고 슬픈, 소외된 사람들이 연대해 치유의 힘을 갖는다.
작품은 삶을 나누면서 살아가야 할 소소하지만 행복한 이유를 찾고, 또 그렇게 치유된 이들이 다른 소외된 이에게 희망을 전하는 모습을 그려나간다.
도로시가 의류 수거함에서 만난 것은 낡은 옷뿐만이 아니었다. 도로시와 똑같이 자살을 결심했던 195, 수의사였지만 노숙자가 된 숙자 씨, 자살로 아들을 잃은 마마와의 만남과 이야기도 의류 수거함을 통해 이뤄졌다.
‘오즈의 의류 수거함’ 배혜미 연출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듯이 극 중 상황적, 정서적으로 각자의 사연이 있는 인물들도 혼자였다. 하지만 사람에 상처받은 마음이 또 사람에게서의 쉼이 돼 미소 짓게 되는 것처럼, 함께일 때 그 속에서 위로가 되는 모습들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청소년 창작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22 경기예술지원사업’ 선정됐다. 15일 오전 10시,오후 2시 총 2회 공연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