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 가뭄, 홍수 등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예술을 통해 변화된 자연 생태계와 일상을 조명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성찰해보는 전시가 열렸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이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 8일 개막한 ‘휘릭, 뒹굴~ 탁!’이다. 환경을 주제로 한 교육 전시로 여름방학을 맞아 기획됐다. 아이들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 제목은 코로나19 감염병 세계적 유행 충격으로 우리가 겪은 감정들을 표현한 단어들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재난과 사회적 위기는 ‘휘릭’하며 빠른 속도로 일상에 침투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모두 ‘뒹굴~’ 모여 연대하면서 ‘탁!’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화수, 이병찬, 이수진, 정재희, 최성임 등 5인의 작가가 환경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담은 설치, 영상 등 총 3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에어컨, 온열 기기, 가습기 등 우리가 날씨에 따라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한데 모여 적정 온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전력을 소모한다. 정재희의 ‘이상한 계절’(2019)은 계절에 따른 자연스러운 날씨 변화를 거스르며, 오직 인간 중심적 시각으로 자연을 통제하면서 벌어지는 현 상황을 바라본다.
유화수의 ‘건설적인 드로잉’(2022) 역시 인간의 이기로 파괴된 자연을 떠오르게 한다. 작품은 공사 현장에 폐기된 자재들을 채집한 사물로 제작됐다. ‘건설적인’ 행위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건설적인’ 명분으로 자연의 많은 영역을 소멸시켰으며, 삶의 터전을 잃거나 방치되는 것들이 그 이면에 존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병찬의 ‘크리처’(2022)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사용해 제작됐다. 작품은 전시 공간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하지만, 속은 껍데기처럼 텅 비어있다. 물질과 자본에 대한 욕망으로 얼룩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공, 양파망 등 인공 소재로 제작된 집에서 자연과 생명체가 배양되는 최성임의 ‘HOLES’(2022)는 일상에서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사물들이 가진 특성에 주목했다. 관객은 작품 속을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인간과 자연이 균형을 유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편, 미술관은 관람객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연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는 23일 참여 작가 이수진과 함께 ‘별의 돌림 노래’ 작품을 완성하는 공동 연수 ‘별의 돌림노래를 위한 소리 만들기’를 초등 3~6학년 대상으로 진행한다.
8월 19일, 26일에는 지역 제로웨이스트 기업 '동네형'과 함께 폐자원을 활용한 화분을 제작하는 ‘휘릭~ 플라스틱 보물찾기’를 연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구슬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뒹굴+동글 엮기’를 전시 기간 상시 운영한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