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 라파엘 라시드 지음 / 허원민 옮김 / 민음사 / 164쪽 / 1만 5000원
한국은 남들이 볼 때 살고 싶은 나라로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 내 또래의 많은 한국인들은 자기 삶에 불만족해하며 우울함과 불행을 느끼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십 대에서 삼십 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는 질병도 사고도 아닌 자살이다. 또한 행복도 조사에서 OECD 37개 국가 중 한국은 그리스와 터키 다음으로 35위다. (본문 중에서)
책은 친밀한 외국인이자 낯선 내국인으로 한국 사회의 여러 층위와 안팎을 진중히 살핀 ‘엘르 코리아’의 연재물 ‘라파엘의 한국살이’(2020~2021)를 바탕으로 전면 개고, 재구성했다.
저자 라파엘은 해외에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스타트업 미디어 ‘코리아 익스포제’의 공동 설립자이자, 11년간 서울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영국 출신 기자이다. 50회의 칼럼을 기고하며 이미 한국 사회를 현장감 있게 취재했다.
이번 책에서는 지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전 세계적 문화 현상을 주도하며 모두가 선망하는 나라’ 대한민국에 드리운 빛과 어둠을 파고든다.
십여 년 전, ‘대한민국’은 그다지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저자 역시 희미한 이미지만을 가진 채, 남들이 모르는 나라를 먼저 알아보겠다는 묘한 도전 정신에서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늘 정체돼 있는 듯 보이는 영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힘과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지닌 특별한 나라임을 금방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두 해, 아니 십여 년을 한국에서 생활하는 내내 한 가지 놀라운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너는 왜 한국에서 사니? 한국 사람들은 모두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 저자는 한국에서 먹고살고, 세금을 내고, 일상을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이 문제를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관광객이 아닌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서자 비로소 미묘한 기류, 불협화음과 위화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먼저 ‘꿈’을 대하는 태도였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한국 사회에서 꿈이란 이른바 진로, 일종의 자기 상품화(어떠한 스펙을 쌓아서 어느 직장에 들어가고, 무슨 아파트와 차를 구입할지)를 의미하는 것에 저자는 놀랐다.
저자는 스스로를 위해 꿈을 꾸지 못하고, 사회적 시선과 외부 가치 기준에 부합하고자 ‘스펙’을 쌓는 데에 매진한다면, 판에 박힌 성공만큼이나 비슷비슷한 불행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또한 ‘눈 밖에 나는 일’을 두려워하게 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는 ‘단일 민족’을 표방하는 문화적 배경, ‘유교적 가족 중심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특수성을 교묘히 활용하는 한국의 정치 풍토와 흥행만 좇는 언론의 태도라고 꼬집는다.
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대한민국이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해 더욱 열린사회로 나아가고, 코로나 이후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큰 발전을 이어 갈 수 있게 애정 어린 화두를 던진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